“지하철 왜 끊겼냐”…작년 서울지하철서 폭언·폭행 17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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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2일 0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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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역사 내 홍보 스티커 부착 모습. 사진=뉴시스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역사 내 홍보 스티커 부착 모습. 사진=뉴시스
2020년 한 해 동안 서울 지하철역 직원이 당한 폭언·폭행 등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총 17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운영 중인 ‘감정노동보호전담TF(태스크포스)’를 통해 조사한 1년간의 감정노동 피해 현황과 관련 지원 내용을 2일 발표했다.

공사에 따르면 피해사례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취객 안내 시 폭언·폭행이었다. 실제로 작년 4월 막차가 끊긴 서울역에 찾아온 취객 A 씨가 ‘왜 지하철 운행이 벌써 끊겼냐’면서 서울역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부정 승차로 적발돼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앙심을 품고 폭언을 내뱉거나 도주하는 승객을 붙잡은 직원에게 ‘성추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폭행을 가하는 사례도 많았다.

공사 관계자는 “176건은 대부분 폭언·폭행 이상으로 상황 보고가 올라온 건수”라며 “폭언보다 수위가 낮은 감정노동 피해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직원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신설된 ‘감정노동보호전담TF’는 감정노동 피해 직원을 업무에서 분리하고 심리상담가와의 상담, 고소 진단서 발급,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TF 활동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은 69명, 치료비 지원을 받은 경우는 27건(지원금액 247만 원)이었다. 감정노동 담당 직원이 경찰서에 동행하거나 전화 상담 등으로 피해 직원을 지원한 사례는 총 338건이었다.

TF는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직원 존중이 필요하다는 홍보 스티커 1000매를 역에 부착하는 등 홍보 활동과 함께 감정노동 매뉴얼 제작, 관련 교육 실시 등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공사도 제도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시민들도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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