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공부만 잘하는 ‘공감 바보’로 키우시겠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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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이유미 마노컴퍼니 대표

26일 사회정서 교육 콘텐츠 회사 ‘마노컴퍼니’의 이유미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 전시된 다양한 교구 앞에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6일 사회정서 교육 콘텐츠 회사 ‘마노컴퍼니’의 이유미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 전시된 다양한 교구 앞에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습만큼이나 정서 발달에도 관심이 크다. 자존감, 공감능력 등의 ‘정서적 능력’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와 어떻게 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는 학부모가 많다.

‘마노컴퍼니’는 이런 부모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정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다. 발달심리학 전공자인 이유미 마노컴퍼니 대표(41)는 교육회사 연구원으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다양한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회사를 차렸다.

26일 서울 영등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자신의 마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잘 돌볼 수 있는 ‘마음 체력’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정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아이의 마음을 읽다

이 대표가 창업을 한 시점은 2016년. 이에 앞서 교육회사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그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유치원 개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곳의 주 수요층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여러 교육을 받아 학습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심리검사를 해 본 결과 당황스러운 답변이 이어졌다.

“‘옆에서 친구가 울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을 했더니 ‘엄마에게 이를 거예요’ ‘같이 안 놀 거예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답변이 나오더라고요. 아주 어려운 지능검사에도 답을 술술 하던 아이들인데….”

그때 이 대표는 ‘그저 검사로 끝낼 게 아니라 정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들으며 창업 준비에 나섰다. 사업 분야는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교육을 할 수 있는 교구 제작이었다. 이런 사업을 구상하던 중 아이가 작은 손을 내미는 이미지가 연상돼 라틴어로 ‘손’을 뜻하는 ‘마노(mano)’를 붙여 지금의 회사 이름인 마노컴퍼니를 만들었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 개발한 교구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아이들과의 대화에 활용할 수 있는 ‘마노카드’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낀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대화를 통해 공감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시중에 다양한 감정카드가 있지만 마노카드는 단순한 감정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장소, 대상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외에 학교에서 관계를 맺으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담은 심리그림책 ‘마노듀얼스토리북 시리즈’와 매일의 감정을 스티커로 기록해보는 ‘마주노트’가 있다.

이 대표는 “부모들도 자신의 감정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어른들과 아이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교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공감능력’에 대한 오해

마노컴퍼니는 2017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업을 하면서 이 대표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공감능력’이나 ‘사회정서 교육’ ‘사회관계 문제해결 능력’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이 대표가 “우리의 ‘소셜 미션(social mission)’은 아이들이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공감능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부모도 있었다.

“저는 아이가 공감능력이 높은 아이가 되길 바라지 않아요.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데요?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착한 아이로 키우면 안 되죠.”

이 대표는 이런 발언이 공감능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감능력은 단지 남의 말을 무조건 듣고 따라가는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공감능력은 오히려 협상력과 연관성이 크다.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공감능력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감능력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공감능력이 높은 아이야말로 ‘나답게 살기’를 정확히 실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서도 공감능력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혼모 자녀 교육 대화도

마노컴퍼니는 지난해 3월부터 사랑의 열매와 함께 미혼모 자녀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엄마 워크숍을 진행했다. 자녀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미혼모들은 자녀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런 미혼모들을 위해 짧은 시간일지라도 자녀와 교감할 수 있도록 교구 활용법과 대화법을 교육한다.

이 대표는 “아이들 마음에 ‘공감’이라는 전구가 모두 켜진다면 우리의 미래도 그만큼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유미#마노컴퍼니#정서교육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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