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스트레스 줄이려면 ‘슈퍼맨 강박감’부터 버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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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보호자 ‘스트레스 관리법’

환자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의료계에선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
환자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의료계에선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
환자 뒤에는 보호자가 있다. 보호자는 환자의 완치를 위해 경제적 지원과 함께 간병을 담당하는데,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국비엠에스제약이 지난해 12월 16일 ‘환자 보호자의 날’을 맞아 조사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질환, 치매) 환자 보호자 10명 중 8명은 간병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 스트레스(복수 응답)로는 △보호자 자신의 심신 관리의 어려움(59%)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간병의 어려움(43%), 정서 조절 곤란(27%), 비용 부담(14%) 등의 순이었다.

이형국 한국상담학회 기획위원회 위원장(상명대 교수)은 “환자 보호자의 심리적 고통은 간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물론이고 그로 인해 본인도 제2의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의 도움을 받아 보호자 간병 스트레스와 관리법을 알아봤다.

○ 보호자 스트레스 방치 땐 제2의 환자로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면서 다양한 인간관계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환자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결코 혼자일 수 없으며, 보호자가 큰 역할을 한다. 보호자는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간병 과정에서 체력 저하, 가족 역할 재조정을 겪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되며 특히 암, 치매, 정신질환 등 장기 치료 환자 보호자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보호자가 하기에 과중한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쉽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간병을 해야 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중중인 경우 환자 보호자는 가까이 갈 수도 없는 상황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교수는 “환자 보호자들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가’ 하는 식의 상황에 대한 분노,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 등을 경험한다”며 “‘내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죄책감과 불안,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 ‘슈퍼맨 심리’를 줄이자

환자 보호자로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적응도 쉽지 않다. 보통 보호자는 슈퍼맨이 되려는 심리가 있다. 일상과 간병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선 스스로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 한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가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일상에서 심리를 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예컨대 호흡법, 근육이완법, 요가, 반신욕 등이 모두 도움이 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다양한 콘텐츠 관람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우울감은 뇌가 지칠 때 느끼는 기분장애다.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느껴지면 뇌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뇌를 충전해 주는 게 필요하다.

○ 보호자를 위한 시스템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환자 보호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질병 진단 시 병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보호자에게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환자와 함께 보호자도 질병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에 향후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 환자를 다독일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환자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도 환자의 심리 변화에 따라 겪는 어려움 등을 알려주고 심리 지원, 상담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자조 모임, 같은 질병을 갖고 있는 보호자 모임도 도움이 된다. 한국상담학회는 한국비엠에스제약과 환자 보호자를 위한 무료 전화 상담 프로그램 마음콜(1522-8185)을 16일까지 운영한다. 환자 보호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급 상담사들에게 자신의 심리 상태를 털어놓을 수 있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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