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밥먹고 창문을 박박 닦았더니… 어머, 살 빠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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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시대’ 일상생활로 가능한 다이어트
열량섭취 이상 소비땐 체중 감량… 손빨래 등 가사일 적극 활용하길
다림질→구두닦기→화장실 청소, 강도 점차 높일수록 감량 큰도움
오래 못할땐 짧게 자주 해도 효과

《50대 직장인 강일우(가명) 씨는 현재 다이어트 중이다. 키가 173cm인데 체중이 80kg을 넘어서자 화들짝 놀라 지난해 9월 초부터 시작했다. 현재 강 씨의 체중은 74kg. 4개월 동안 6kg을 줄였다. 강 씨는 원래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로 헬스장에 가는 게 겁이 났다. 게다가 12월 이후에는 헬스장이 집합금지 시설이 되면서 이용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강 씨는 다이어트 장소를 집으로 옮겼다. 강 씨의 다이어트 방법은 단순했다. 기왕이면 누워 있지 말고, 마구 움직여 보자는 것. TV를 볼 때도 거실에 매트를 깔고 제자리 뛰기를 했다. 귀가 시간이 빨라진 후로는 아내의 집안일도 도왔다. 식사량은 4분의 3으로 줄였다. 체중계를 사다가 매일 측정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나자 2kg 정도 빠졌다.》

그 다음부터는 체중 감량 속도가 더뎠다. 그래도 꾸준히 움직였다. 그 덕분에 체중은 다시 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빠졌다. 강 씨는 “딱히 다른 운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체중이 빠져 놀랐다”며 “향후 4개월 동안 4kg을 더 줄여 최종 70kg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집 안 일상생활이 다이어트?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야외 활동이 더욱 어려워졌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던 사람도 집에 처박혀 있으니 운동 부족을 실감한다. 운동과 담을 쌓았던 사람은 더 심각하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기 일쑤다. 식탁 차리는 것도 귀찮아 배달 음식을 먹는다. 계속 누워 있다 보니 잠만 늘어난다. 활동량이 턱없이 부족해 ‘시체’ 수준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강 씨처럼 발상의 전환을 하자. ‘집콕 생활’에서도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따로 고강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 다이어트 전문가인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를 ‘운동 안 하고도 일상생활만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라고 불렀다.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가장 슬기로운 ‘집콕 다이어트’인 셈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는데, 하루 기준 1000∼1700Cal다. 성별, 나이, 체중, 키 등에 따라 다르다. 보통은 젊을수록 높고,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 대체로 1400Cal 정도를 평균치로 잡는다. 이 기초대사량에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작업대사량)을 합한 것이 1일 대사량이다. 대체로 2000∼2700Cal가 된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의 원리는 단순하다.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려 먹는 것보다 더 열량을 소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남성 2700Cal, 여성 2000Cal 내외다. 강 교수에 따르면 섭취하는 열량보다 소비하는 열량이 많으면 체중은 빠진다. 2000Cal의 음식을 먹었는데 2300Cal를 소비한다면 300Cal에 해당하는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

강 교수는 미국 다이어트 교과서를 참고해 한국인의 신체 활동별 소비 열량을 계산한 뒤 활동 강도를 나눴다. 활동이 전혀 없는 수면 상태는 0등급이며, 빠른 속도의 달리기는 최고 강도인 9등급이 된다.

○ “눕기보다 앉고, 앉기보다 서라”
강 교수가 만든 표에는 등급별로 체중 1kg당 1분 소비 열량이 제시돼 있다. 활동별로 실제 소비 열량을 알고 싶다면 1분당 소비 열량에 체중과 활동시간을 곱하면 된다. 예컨대 70kg의 성인이 1시간 동안 집 안 구석구석 창문을 닦았다면(5등급 활동) 소비 열량은 294Cal(0.07×70×60)가 된다. 밥 한 공기 열량을 소비하는 셈이다.

낮은 등급의 활동을 높은 등급으로 의도적으로 올리는 게 중요하단다. 눕기보다는 앉고, 앉기보다는 서며, 멀뚱히 서 있기보다는 서서 무슨 일이든 하라는 얘기다. 제자리걷기와 뛰기를 하거나 집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도 다이어트가 된다.

60kg인 여성이 2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3시간 동안 소파에 누워서 TV를 봤다고 치자. 5시간 동안 이 여성이 소비한 열량은 288Cal에 불과하다. 잠자는 활동은 강도가 아예 없으며, 누워서 TV를 시청하는 활동은 가장 강도가 낮은 1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이 TV를 시청하는 3시간 동안 줄곧 서 있었다면 소비 열량은 396Cal로 늘어난다.

만약 이 여성이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마음먹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낮잠을 1시간으로 줄이고, 1시간 동안은 의자에 곧추 앉아서 TV를 시청했다. 1시간은 다림질을 하며 TV를 봤다. 나머지 2시간 동안 손빨래를 하거나 청소기로 카펫 청소를 했다. 이렇게 하면 소비 열량은 774Cal가 된다. 낮잠 자고 누워서 TV 볼 때의 2배 가까운 열량을 소비한 것. 활동을 조금 늘렸을 뿐인데, 웬만한 한 끼 식사에 해당하는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을 얼마나 오래하는 게 좋은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강 교수는 “북미스포츠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똑같은 강도의 운동이라면 1시간을 이어서 하나 10분씩 6회 나눠 하나 소비되는 열량은 같다”고 말했다. 굳이 힘겹게 1시간의 운동 시간을 채우려 하지 말고 나눠서 해도 다이어트 효과는 같다는 뜻이다. 강 교수는 “5분, 10분의 자투리 시간을 그냥 허비하지 말고 움직이는 게 이 다이어트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식의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이 목적일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심폐지구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드라마틱한 체중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는 몇 달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평생 지속하는 다이어트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집콕#다이어트#일상생활#운동#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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