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기요금에 유가 반영…상반기 1조 인하 효과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7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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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전기요금 개편안 확정…전기위 심의 거쳐
현행 체계 2013년부터 조정 없어…가격 신호 전달 안돼
청구서에 '연료비 조정요금' 신설…1분기 ㎾h당 3원↓
'상한선 5원' 등 소비자 보호…요금조정 유보 근거 마련
필수사용공제 단계적 축소…제주에 선택 요금제 도입
한전, 전력공급비용 증가율 3%로 관리…모니터링 강화
정부,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 상시화…민간 검증단 운영

내년부터 한국전력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을 전기요금에 3개월마다 반영한다. 최근 유가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만 1조원가량의 전기요금 할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16일 전기요금 약관 변경안을 산업부에 제출했고 이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가를 완료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저유가에 요금 인하 효과 당분간 지속”

이번 개편안은 그간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에서 밝혔던 것처럼 원가 변동 요인과 전기요금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 가격 신호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요금 조정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이번에 바뀐 전기요금 체계에는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했다.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변동분은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에서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를 뺀 값이다. 연료비는 관세청에서 고시하는 LNG,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즉,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기에는 전기요금이 내려가게 된다.

통상 유가와 연료비는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올해 하반기 유가가 내년 상반기 실적연료비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산업부는 내년 1분기에는 ㎾h당 3원, 2분기에는 5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주택용에 적용하면 1분기와 2분기 전기요금이 각각 1050원, 1750원(월 350㎾h 기준)씩 줄어들게 된다. 같은 기간 산업·일반용은 2만8000원, 4만6000원(월 9.2㎿h 기준)을 덜 낼 수 있다.

내년 하반기 연료비 조정요금은 앞으로 유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 상승 폭이 내년에도 크지 않기 때문이 인하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 중후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대로 유가가 상승하면 연료비 조정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조정요금은 최대 ㎾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된다. 상한선인 5원에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인상·인하되지 않는다.

주택용 4인 가구 월평균 사용 요금(350㎾h, 5만5000원)을 예로 들면 최대 1050원까지 요금이 오를 수 있다. 산업·일반용의 경우 2만8000원(9240㎾h, 119만원)이 최대 변동치다.

분기별 변동 폭이 ㎾h당 1원 안쪽이면 요금은 조정되지 않는다.

정부는 단기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됨에 따라 가격 신호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며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합리적 전기 소비를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필수사용공제·계시별 요금제’ 등 주택용 요금 개편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도 담겼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81%), 1·2인 가구(78%) 위주로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내년 7월부터는 일반가구에 매월 적용돼오던 4000원의 할인액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후 1년 뒤에는 일반가구에 대한 요금 할인을 폐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대상 가구는 약 81만 가구로 연간 139억원의 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한전은 필수사용공제 축소로 확보되는 잔여 재원을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 접속 설비 투자 등 공익 목적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7월부터는 주택용 계시별 선택 요금제도 도입된다.

이는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현재 산업·일반용 요금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누진제는 계절 구분 없이 200㎾h 이하, 201~400㎾h, 400㎾h 초과 등 3단계로 나눠 요금단가를 책정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에서는 춘추계, 동하계(11~2월·6~8월)로 나눠 시간대별로 다른 요금단가를 매기게 된다.

이러면 전력 사용 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누진제에 대한 불만도 완화될 수 있다.

단,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려면 시간대별 사용량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미터기(AMI) 설치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 주택용 AMI 보급률은 42.7% 수준이다. 따라서 보급률 100%에 가까운 제주 지역부터 우선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 한전 “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고강도 경영 혁신”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고강도 경영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정부의 관리·감독 방침에 따라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내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건비, 판매관리비, 설비투자비 등 전력 공급 비용에 대한 연간 증가 상한선을 설정했다.

앞으로 5년간 전력 공급 비용 증가율을 매년 3% 이내로 관리해 약 7~8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한전의 전력 공급 비용 증가율은 5.3%이다.

또한 전력 공급 비용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해 내부 부서평가 등에 반영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혁신위원회’도 설치된다. 여기서는 전력 공급 비용 절감 노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게 된다. 관련 성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포함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을 상시화한다.

검증의 전문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단’도 설치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이후 6월 제출 예정인 ‘2021년도 전기요금 산정보고서’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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