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수장도 못 정한채… ‘공룡 경찰’ 보름뒤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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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방-수사경찰 분권 ‘형식적’
청장 산하 국수본, 독립 보장 안돼
권한 남용 막을 견제장치 미흡
김창룡 “협의체 만들어 정보 공유”

15일 경찰청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1일 새로운 경찰 조직의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비대해진 권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 공백은 협의체를 마련하는 등 일부 보완책이 나왔지만, 1차 수사 종결권까지 지닌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는 그다지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수장인 본부장도 정해지지 않은 채 출범하게 됐다.

○ 수장도 없이 출범하는 국수본

김창룡 경찰청장도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러한 사회적 우려를 고려한 듯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각 시도 자치단체와 국수본으로 분산돼 사실상 분권체계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이 말한 분권체계는 기존에 알려졌던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나뉘어 지방경찰은 각 지자체 소속이 된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수본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돼 국수본이 실질적으로 1차 수사 종결권한을 가지게 된다.

형식적으로는 분권이 됐다지만, 결국 경찰 조직의 산하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확실한 견제장치가 마련됐다고 보기 힘들다. 지휘감독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국수본을 만들었지만, 독립기관은 아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실상 경찰청장의 권한 아래 놓이는 것으로 독립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경찰청장이 개별 사안을 수사지휘할 수 없어 그럴 위험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대한 위험,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 등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의 지휘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특히 본부장(치안정감)이 경찰 내부에서 선발될 경우, 경찰청장의 영향력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지휘권 발동은 극히 드문 경우로 경찰청장이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법 조항으로 예외 규정을 뒀지만 수사지휘권을 여러 차례 발동했다.

일각에선 국수본 본부장 임명을 두고도 말이 나오고 있다. 임기 2년인 국수본 본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뽑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협의체 통해 안보 공백 메울까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자치경찰도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 있다.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 행정기관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이 때문에 각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에 대한 외부 개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수본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인사권은 거의 정부와 경찰청에 있다. 이 교수도 “독일 중앙수사본부처럼 아예 독립기관이 되지 않는 한 각종 개입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했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3년간 유예 기간이 주어지는 데다 국정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체’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 내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를 전담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국정원과 안보지원사, 경찰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마련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15일 “오늘부터 모든 대공수사는 경찰과 합동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협조 의사를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인력을 경찰로 흡수해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신지환 기자
#경찰청법 개정#국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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