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상 떠난 부친 부고에, ‘NO마스크’ 비판한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6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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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한 노인의 아들이 작성한 부고 글이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들은 글에서 ‘과학을 경시한 이들 때문에 부친이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5일(현지 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캔자스에 거주하는 코트니 퍼 씨는 지역 장의업체 홈페이지에 1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부친의 부고글을 게재했다. 수의사였던 부친 마빈 퍼 씨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6일 요양원에 격리됐다가 81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아들 퍼 씨는 글에서 “아버지는 방 안에서 홀로 숨을 거두셨다. 가족과 지인의 곁이 아닌 위협적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임종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친은 미국인들이 경제 대공황을 다함께 이겨내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앞두고 있던 1930년대 태어나셨다”면서 “당시에는 이웃들이 서로를 위해 희생도 감수했는데 지금은 이웃을 보호해줄 천 조각 하나를 얼굴에 걸치기를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퍼 씨는 또 “수의사로서 아버지는 삶의 과학을 이해하는 일에 몰두했다”며 “그런 과학이 수많은 미국인들에 의해 폄하되고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미국 확진자는 149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28만여 명에 달한다. 퍼 씨가 거주한 캔자스의 경우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7만 명과 1786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 논란이 됐었다. 이에 퍼 씨는 부친의 부고 글을 통해 ‘노 마스크’를 고수하는 일부 주민들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퍼 씨는 4일 페이스북에 “내 글의 조회수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 고통, 손실, 트라우마 등을 겪을 때 나 혼자가 아닌 사실을 깨닫는 것은 굉장한 힘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다만 “부친의 부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자체가 정치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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