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법독주 폐해 전세난 보면서 또 논란법안 단독처리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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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미래입법과제로 15개 법안을 제시하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하반기엔 본격적인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정기국회가 마지막 입법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우선 통과 대상으로 꼽은 15개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국가정보원법, 경찰법, 기업규제 3법 등 하나같이 논란이 많은 것들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겠다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시행도 해보기 전에 재개정을 하는 것으로 명분이 없다. 공수처의 수장을 사실상 여권이 마음대로 낙점하는 구조가 된다면 공수처는 출범부터 권력보위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간첩 잡는 대공수사기능을 경찰에 넘겨주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수사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면 안보 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경찰법 개정안은 비대해지는 경찰조직에 대한 통제와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은 다른 나라에도 선례가 없는 급진적인 규제 조항들을 담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아 경쟁력을 잃게 하는 법안들이 어떤 역풍을 불러올지 걱정이다. 민주당은 7월 임대차 2법을 입법 독주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강행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결과가 과연 어떠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현실을 간과한 법안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대책도 없이 밀어붙인 결과 사상 최악의 전세난을 불러왔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 다수의석을 갖고 있으므로 물리적으로는 15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만으로 성립하는 게 아니다. 소수 의견을 배려하고 최대한 합의와 절충을 이뤄가는 숙의민주주의 절차가 배제되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구나 상당수 법안들이 역기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얻었는지도 의문이다. 보완이 필요한 법안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의 협의는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수정 보완해야 한다. 민주당이 또다시 일방적인 입법 독주에 나선다면 성급한 입법 내용이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국론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입법독주#폐해#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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