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누리는 회계업계… 워라밸 찾아 떠났던 회계사들 U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6일 0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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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주 52시간제 시행으로 185개 법인 작년 매출 13% 증가
근무환경 좋아지고 처우도 개선…한은-금융공기업서 나와 재입사
빅4 올해 신규채용 일제히 줄여


올해 들어 한국은행에서는 이례적으로 입행 3∼8년차 공인회계사 직원 3명이 퇴사하고 회계법인으로 돌아갔다. 한 금융공기업에서는 최근 1년간 회계사 5명가량이 퇴사해 회계법인에 재입사했다. 3년 전만 해도 젊은 회계사들 사이에선 공공기관 신입사원으로 이직하는 게 유행이었다. 회계법인의 근무 강도를 견디다 못해 비록 연봉이 낮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금융권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성지’로 불리는 한은마저 박차고 회계법인으로 돌아가는 회계사들이 늘고 있다.

‘신(新)외감법(개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영향으로 최근 회계업계가 대대적 호황을 겪고 있다. 2018년 11월 표준 감사 시간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신외감법이 시행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실시되면서 회계사에 대한 처우와 근무 여건이 좋아진 데다 회계사의 위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 지난해부터 시작된 회계사 ‘U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회계법인 185곳의 2019사업연도 매출은 3조92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신외감법 영향으로 감사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빅4’(삼일, 삼정, 한영, 안진회계법인)가 수주한 컨설팅 일감을 중견·중소 회계법인에 하청을 주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1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10년차 이하 회계사들의 회계법인 U턴이 활발해지고 있다. 연봉과 업무 환경이 모두 좋아져서다. 회계업계는 신외감법 시행 이후 늘어난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5년차 이하 회계사 연봉을 10∼30%가량, 10년차 이하는 10∼20%가량 올렸다. 지난해 대형법인을 중심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야근도 줄어 워라밸 환경 역시 과거보다는 개선됐다.

회계사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감사 대상 회사가 고객사이다보니 회계법인이 감사인이라도 ‘을’일 수밖에 없어 자괴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고 감사 기조가 깐깐해지면서 회계사들의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속으로만 웃는 회계법인…빅4 올해 채용 줄여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감사 비용까지 증가해 기업 경영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회계법인은 “사정이 어려울수록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감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면서 속으로만 웃는 상황이다.

최근 좋아진 근무 여건으로 신입 회계사는 회사를 떠나질 않고, 일반 기업으로 떠났던 회계사들의 U턴까지 활발해지다 보니 빅4 회계법인은 올해 신규 채용을 일제히 줄였다. 4개 법인의 회계사 신규 채용 규모는 2018년 신외감법 시행을 대비해 115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750∼76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견·중소 회계법인은 회계사들의 성과급을 조정해 우회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내년도 회계사 최소 선발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소 선발 규모는 2018년 850명에서 2019년 1000명, 올해 1100명으로 늘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회계사#워라밸#신외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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