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개도국 관료 부패 막으려면 급여 인상-감독 강화-정치적 개혁 함께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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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학 ‘부패와 성장 관계’ 연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중국의 경제는 과거 30년 동안 연평균 10%포인트씩 급격히 성장했다. 만연한 부패와 공생하며 급성장한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그 원동력이 됐다.

부패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경제성장의 역효과는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이 현저히 낮은 인프라 건설에 너무 많은 자금을 낭비했다. 중국 정부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 과잉투자(중국 총투자의 약 37%)로 인한 손실은 6조8000억 달러(약 8160조 원)에 달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투자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액 비율은 고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동아시아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의 대표적 현상이다. 보통 부패는 저개발 국가에서 만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선 만연한 부패에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 재경대학의 연구팀은 주주-대리인모형(Principal-Agent Model)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패러독스라고 알려진 부패와 경제성장 간 관계를 규명하고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00∼2016년 기간 중 중국 통계국과 고등검찰청 자료를 활용해 부패의 행태가 횡령에서 뇌물로 바뀐 이유를 밝히고 급여, 감독, 투명한 책임 등 부패를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정책의 상대적 실효성을 동시에 검증했다.

연구 결과 관료들이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효율적인 인프라 투자를 무작정 추진한 원인은 ‘승진 욕구’와 ‘물질적 탐욕(뇌물수수)’ 같은 자기중심적 인센티브로 드러났다. 또한 횡령보다 뇌물수수가 더욱 만연하게 된 이유는 인프라 투자의 허가 과정에서 받는 뇌물액이 횡령으로 챙길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뇌물수수 행위로 발각될 확률이 횡령보다 낮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급여 인상 효과와 감독 강화 효과도 여실히 나타났다. 관료들의 급여를 올리면 부패 확률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뇌물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감독을 강화하자 부패한 관료의 수와 뇌물액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문제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도 위축됐다는 점이다. 이는 급여 정책과 감독 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면 뇌물수수 관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경제성장이 약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또한 연구 결과 급여 인상과 감독 강화만으로는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정치적 개혁이 뒷받침될 때 부패 척결을 위한 정책 실효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개혁은 부패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부패와 연관된 비효율적 투자도 억제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부패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최선의 방법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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