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튜브]슈베르트 ‘송어’가 반체제 음악?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10-20 03:00수정 2020-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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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반체제 인사 슈바르트 작사
송어 잡는 낚시꾼 ‘권력자’로 풍자
슈베르트가 죽기 전 쓴 시에서
시대의 저항 의식 엿볼 수 있어
가곡 ‘송어’의 가사를 쓴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왼쪽)와 곡을 붙인 프란츠 슈베르트. 동아일보DB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유튜브 링크: www.youtube.com/classicgam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곡 ‘송어’ 4악장은 매우 친근한 선율이죠. 그런데 이 곡이 슈베르트의 반체제 정신을 담은 ‘저항 음악’이라면 어떨까요?

송어는 노래로도 유명합니다. 슈베르트가 1817년 쓴 가곡을 2년 뒤에 5중주곡으로 편곡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노래를 작사한 작사가 이름이 ‘슈바르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슈바르트 작사 슈베르트 작곡. 운율이 맞죠. 그 슈바르트는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크리스티안 슈바르트(1739∼1791)는 독일 서남부 출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고 당대 독일의 이름난 반골, 말하자면 반체제 인사였습니다. 그는 당시 여러 나라로 분열돼 각기 봉건 제후의 압제 아래 놓여 있던 독일의 실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고, 여러 차례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쓴 시 중의 하나가 송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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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동안 가곡 송어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들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송어는 단지 명랑한 노래일까요? 노래 후반부에는 뜻밖의 가사가 등장합니다.

‘도둑(낚시꾼)에게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렀고,/그는 개울을 휘저어 흐리게 했다./그리고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졌고/송어는 잡혀 허우적거렸다./나는 화가 끓어오르는 채/속임수에 넘어간 송어를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낚시의 정경과는 다릅니다. 추측입니다만, 감옥에서 이 시를 쓴 슈바르트는, 시냇물을 휘저어 송어를 잡는 낚시꾼의 모습에서, 권력자가 음모를 써서 정적을 잡아넣는 일을 풍자하고 비판한 것은 아닐까요.

슈베르트가 가곡 송어를 피아노5중주로 새롭게 쓴 과정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1819년 7월 13일,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도시 슈타이어에 갑니다. 그곳에는 지역 유지이자 광산주인 파움가르트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작곡가를 두 달 동안이나 각별히 대접합니다.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송어는 저와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우리가 연주할 수 있도록 송어의 선율을 넣은 실내악곡을 써 주실 수 있을까요?”

이 곡에 열광한 시골 유지들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의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불만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실제 당시 유럽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가곡 송어가 쓰이기 2년 전인 1815년 유럽 국가들 사이에 나폴레옹 전쟁을 결산하는 빈 의정서가 체결됩니다. 그 내용은 봉건적이고 억압적인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복원이었습니다.

저항의 내용이 담겼다고 해도 결국 가사를 쓴 슈바르트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지 슈베르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슈베르트의 명(名)해석가이자 역사학자인 이언 보스트리지의 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는 시를 즐겨 썼던 슈베르트가 죽기 전 쓴 마지막 시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은 ‘민중에게 보내는 탄식’입니다. 읽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슈베르트와 사뭇 다른 모습이 드러납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여, 너는 스러졌구나!/무수한 민중의 힘이여, 허무하게 소진되었구나/ 누구 하나 민중으로부터 차별되지 않지만,/그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역시 한 사람도 없구나….’

20일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는 제2회 티엘아이 체임버 뮤직페스티벌 세 번째 순서로 ‘이경숙과 커티스 프렌즈’가 멘델스존 피아노3중주 1번과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를 연주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반체제 음악#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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