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2만원’ 지원 위해 10억 들여 임시 콜센터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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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2개월간 설치” 예산 편성
여야 원내대표, 통신비 지원 이견… 4차 추경안 처리일정 합의 못해
野 “세금 낭비… 정책 철회해야”
靑 “많은 고민끝에 지원 판단한것” 당정청, 계획대로 추진 의견정리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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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 지급안을 담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며 10억 원가량의 상담지원 콜센터 운영 예산을 별도로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 통신비 지급을 위해 또 세금을 쓰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추경안 본회의 처리 일정을 논의했지만 통신비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4차 추가경정예산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과기부는 4640만 명의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9280억 원과 함께 ‘통신비 감면 지원 임시센터 구축·운영비’ 9억4600만 원을 편성했다. 2개월간 운영되는 임시센터 예산 항목엔 △콜센터 직원 44명 급여 2억7540만 원 △기타 사업지원 인력에 드는 비용 1억940만 원 등 인건비만 3억8480만 원이 편성됐다. 또 사무공간 임대·운영비 1억3000만 원, 통신비 감면 지원 대상 검증에 필요한 전산 작업 비용 2억1290만 원, 홍보비 및 업무협의 등에 2억1830만 원이 추경안에 기재됐다.

허 의원은 “국민 한 사람에게 2만 원씩을 나눠주기 위해 1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라며 “상담안내원을 일시 고용한 일자리 통계 조작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이동통신사 콜센터가 있지만, 통신비 지원 대상인 약 4600만 명을 민간 기업이 전부 응대하게 할 수는 없다”며 “특히 콜센터가 없는 알뜰폰, 선불폰 가입자나 자녀 등이 개통해줘 이용자와 가입자 명의가 다른 사례 등에도 응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과기부는 임시센터 운영 비용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통신비 지원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4차 추경안 처리 일정도 급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추경이 18일 본회의에서 통과돼 추석 전 현장에서 최대한 집행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통신비 지원 정책 철회를 요구해 여야는 추경 처리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권은 ‘통신비 2만 원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고위 당정청 등을 통해 통신비 지원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내용대로 추진하기로 내부 정리를 마쳤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별 의원들에게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으니 통신비 지원책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 표명을 자제하라”는 지침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역시 공개적으로 통신비 지원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한 가족에 중학생 이상이 3명, 4명이라고 하면 (각각) 6만 원, 8만 원 통신비 절감액이 생기는 것”이라며 “통신비를 매달 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 수석은 “그냥 주나 마나 한 지원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통신비 지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건 4차 추경의 수혜 대상과도 연관이 있다. 이번 4차 추경이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구직자 등에 집중됐기 때문에 통신비 지원 정책이 무산될 경우 직장인이나 아이가 없는 가정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우열 dnsp@donga.com·강성휘·이건혁 기자

#통신비 지원#4차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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