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통한 예술표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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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덕에선…
대전 비엔날레 2020 ‘AI:햇살은…’ 12월까지 시립미술관-KAIST서 열려
한국 미국 등 6개국 17개팀 참가
AI 주제로 다양한 작품 선보여 눈길

대전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잭 블라스의 작품 ‘얼굴 무기화 세트’. 인종적, 사회적, 정치적 소수자들이 쉽게 카테고리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잭 블라스의 작품 ‘얼굴 무기화 세트’. 인종적, 사회적, 정치적 소수자들이 쉽게 카테고리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안면 마크스는 완전히 왜곡돼 있다. 튀어나와야 할 코와 광대, 이마는 꺼져 내려가 있다. 고성능 안면인식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AI)이라도 알아보지 못할 법하다. 하지만 알아보지 못한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이 무정형 마스크는 안면인식 기술로 탐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이 작품 ‘얼굴 무기화 세트’를 출품한 영국의 작가 잭 블라스는 “이 마스크는 특정 집단으로 인식되고 카테고리(범주)화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여성, 어린이, 유색인, 비서구인 등 소수자는 특정 집단으로 쉽게 분류되는 것이 불리하다.

대전시립미술관이 8일 막을 올린 대전 비엔날레 2020 ‘AI: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의 3전시실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모색하는 이 행사는 시립미술관과 KAIST 비전관(학술문화원 1층)에서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부제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AI 로봇 ‘샤오빙’이 중국 시 수천 편을 학습한 뒤 세계 최초로 펴낸 시집 이름이다. 4개 전시관 중 1전시관(인공과 인지 사이)은 인간 감각의 확장 가능성, 2전시관(인공지능이 태도가 될 때)은 AI를 둘러싼 사회·윤리적 관점, 3전시관(데칼코마니의 오류)은 AI 알고리즘의 인간 편향성, 4전시관(새 시대의 도구)은 AI의 발전 방향을 다룬다.

이들 전시관에서 한국, 미국, 독일,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 6개국의 저명한 작가 17개팀이 AI를 주제로 또 예술적 도구로 삼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5개 팀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KAIS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데다 KAIST 캠퍼스에도 전시실이 마련돼 이번 비엔날레는 대덕의 축제이기도 하다.

KAIST 인터랙티브 미디어랩은 ‘The Skin’이라는 작품을 내놨다. 손을 대면 그 감각을 비주얼 오디오로 표현해주는 터치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인간이 감각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KAIST 비전관에서는 반성훈 작가의 ‘시선의 교차점’이 전시되고 있다. 문수복 KAIST 학술문화원장은 “관객들은 로봇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들은 AI를 통한 예술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잭 블라스처럼 AI의 그림자에도 주목한다. 독일 작가 테레사 라이만두버스가 처음 공개한 ‘전망이 있는 방’은 서구적 예배당의 공간 배치를 통해 이미 많은 편향적 필터로 모호해진 세상이 AI라는 또 다른 필터로 더욱 알 수 없게 변해 가는 상황을 보여주려 했다. 그는 “AI를 둘러싼 권력구조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편차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신경망이 이미 인간의 편견에 윤색돼 있다는 메시지의 그의 전작 ‘메시아의 창’을 돌이켜 보면 이번 작품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메시아의 창은 메시아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미지들을 분석하니 백인 그리스도 이미지였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선승혜 시립미술관장은 “과학과 예술의 초연결과 융·복합을 모색하고 AI가 어떻게 인류와 공존하면서 진화할 것인지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20일까지 방문 관람은 어렵다.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 ‘도슨트’를 내려받아 인터넷상의 비엔날레 작품 사진을 비추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덕 이모저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원장 김복철)과 한반도광물자원개발융합연구단(단장 고상모)은 11일 오후 2시 ‘북한 광물자원의 새로운 이해 및 접근’ 온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김 원장은 “북한의 풍부하고 활용 가치 높은 전략 광물자원들을 남북이 공동 개발한다면 자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과학기술 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양성광)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액셀러레이팅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25일까지 시민참여형 의제를 공모한다. 공모 의제는 생활·교통, 공동체·마을, 환경, 문화, 돌봄·복지, 주거·도시, D·N·A(Data, Network, AI) 등이다. 양 이사장은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리빙랩의 모델 사례들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ai: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대전시립미술관#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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