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진 공백, 병원 감염… 국민 고통 감내 무색게 하는 시스템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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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강화된 거리 두기를 힘겹게 실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어제 신규 확진자 수는 6일 만에 반등했고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천안 순천향대병원 등 코로나 전선의 기간시설인 병원 내 집단감염마저 잇따르고 있다. 환자 곁에 있어야 할 의료인력은 13일째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육성, 한방 첩약 급여화 등 4가지 의료정책을 ‘4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원점 재검토 명문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재에 나섰고 정부도 의사 국가시험 일주일 연기 및 고발 일부 취하 등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의사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며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고 쓰러진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 해 간호사와 의사 편 가르기 논란을 낳았다.

코로나 위기에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비판을 면키 어렵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코로나 최전선에서 전투 중인 의료계를 대상으로 상의도 없이 새 의료정책을 강행하려 한 정부의 일방통행식 일처리에 있다. 지금은 온 국민이 공동체를 위해 연대와 배려의 정신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 전시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 전쟁을 끝낸 뒤 원점으로 돌아가 이 문제들을 다시 검토할 것을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고, 의사들은 향후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일상과 생업을 포기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정부도 의료계도 이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씩 물러서는 자세로 지금의 비정상 상태를 종식하고 코로나와의 싸움에 합심해 나서야 한다.
#전문의 파업#의료진 공백#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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