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로 신경 못썼는데… 북극권 빙하가 이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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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빙하 유실량 역대 최고치

그린란드 서쪽 디스코만에서 바라본 바다 위에 녹은 얼음이 둥둥 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빠른 속도로 녹아 줄어들고 있고, 지난해에 빙하 감소 폭이 역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빙(바다얼음) 역시 2050년 전후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린란드 서쪽 디스코만에서 바라본 바다 위에 녹은 얼음이 둥둥 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빠른 속도로 녹아 줄어들고 있고, 지난해에 빙하 감소 폭이 역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빙(바다얼음) 역시 2050년 전후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 매진하는 사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인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특히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그린란드의 빙하 소실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북극권 바다 해빙(바다얼음)의 경우 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시베리아는 이상 고온현상으로 한국에 역대 최장의 장마를 불러일으키는 등 동아시아에 극한기후를 유발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땅속 얼음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기후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임계연쇄반응’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계연쇄반응은 기후변화에 관한 여러 지표가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쇄적으로 증폭하는 단계다.

○지난해 그린란드 빙하 유실 역대 최고 수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잉고 사스겐 연구원 팀은 지난해 그린란드의 빙상(대륙 빙하) 유실률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21일자(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 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지구중력탐사위성 측정 데이터를 통해 2003∼2019년 그린란드 빙하 유실을 측정한 결과 매년 빙하가 녹아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5320억 t의 빙하가 녹아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유실량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1∼7월 유실량이 2003∼2016년 연평균 유실량보다 약 50%나 많을 정도”라고 밝혔다.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빙하에 주목하는 이유는 빙하가 녹을 경우 세계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며 범람한 물이 바닷물에 유입돼 전 세계 해수면이 매년 평균 0.76mm 상승하고 있다. 2005∼2017년 전 세계 연평균 해수면 상승(3.5mm)의 약 22%가 그린란드 빙하의 소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극권 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인 해빙 역시 위기다. 4월 독일과 미국의 ‘해빙모델상호비교프로젝트’팀은 북극권 해빙이 2050년 이전에 한반도의 15∼20배 넓이만큼 녹아 사실상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달 10일 영국남극조사소 연구팀 역시 북극권의 해빙이 2035∼2086년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기후변화 ‘뇌관’ 영구동토층도 녹아
북극권 영구동토층 감소도 심각하다. 2년 연속으로 얼어 있는 땅을 의미하는 영구동토층은 최근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07∼2016년 북극권의 영구동토층 온도는 매년 0.29도씩 올라가고 있다. 올해 2월 유럽우주국(ESA)이 위성 영상을 이용해 2003∼2017년 북극권 전역의 영구동토층 변화를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시베리아 남부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크게 줄었다.

영구동토층의 유실은 임계연쇄반응의 대표적 ‘뇌관’으로,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영구동토층의 유실이 지속되면 내부에 매장돼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며 추가 기후변화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안에 갇혀 있는 탄소량은 학자에 따라 수천억 t에서 최대 1조6000억 t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포함된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양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탄소 방출이 시작됐거나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18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2년 동안 북극 지역 영구동토층과 식물이 탄소를 머금고 있는 시간이 13.4% 감소했다”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극 지역 지면의 탄소 배출량이 늘어 지금 예측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기후변화로 잦아진 폭우가 영구동토층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지난달 24일 ‘기후 및 대기과학’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비가 많은 여름을 겪으면서 영구동토층 표면에 균열을 생기고 이들이 다시 얼어 아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겨울에는 기후변화로 늘어난 산불이 문제다. 국종성 포스텍 교수와 정수종 교수팀은 기후변화로 겨울 북극 주변을 둘러싼 공기 장벽이 깨지면서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겨울 온도를 높이고, 그 결과 시베리아에 눈이 줄고 건조해져 산불 발생과 피해 면적을 늘린다고 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산불은 식생을 태워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다시 동토층을 녹이는 역할도 해 기후변화를 추가로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영구동토층#그린란드#빙하#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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