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위원장, 대법관 임기 끝나면 물러나는 관례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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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다음 달 8일 대법관 임기가 끝난다. 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맡아왔는데, 대법관 임기가 끝나면 잔여 임기가 남았어도 선관위원장직을 그만두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대법관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권 위원장의 사의 표명이 없으니 벌써 진행됐어야 할 후임 선관위원장 인선과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963년 중앙선관위 출범 이래 대법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한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17대 김능환 선관위원장이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위원장직을 몇 달 더 연장한 적은 있었지만 6개월도 남지 않은 2012년 대선 관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도 별 반대가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4월 19대 총선 직전 기획재정부가 각 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예상소요액을 공개하자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라고 판정해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

2006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원장을 비상근에서 상근직으로 바꾸기 위한 법 개정이 무산되자 손지열 당시 선관위원장은 즉각 사임했다. 올해는 대선 등 큰 선거 일정을 비롯해 선관위원장이 임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사유도 없다. 규정이 바뀐 것도 아니고 관례를 바꿀 사정변경도 없다면 권 위원장도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동시에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현 선관위는 4·15총선을 앞두고 ‘적폐청산’ 등 여당의 투표 독려 문구는 허용하면서도 ‘민생파탄’ 등 야당 문구는 불허하는 등 수차례 공정성 시비에 휩싸인 탓인지 정치권에서 권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잡음이 계속되면 5부요인 중 한 명으로서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선관위원장의 위상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권 위원장 스스로 거취를 속히 표명해야 할 때다.
#선관위원장#대법관#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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