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 가정 환경 아이들 돕는 굿네이버스…“아동주거권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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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에 살고 있는 한 아동의 집은 화장실도 없이 간이 수도 시설만 돼 있다. 굿네이버스는 10일부터 국내주거지원 캠페인 ‘아이들이 꿈꾸는 집’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에 살고 있는 한 아동의 집은 화장실도 없이 간이 수도 시설만 돼 있다. 굿네이버스는 10일부터 국내주거지원 캠페인 ‘아이들이 꿈꾸는 집’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김나은(가명·11) 양은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감기를 달고 산다. 그 원인은 ‘열악한 집’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은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지하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다. 여름에는 습도 때문에 눅눅하고 겨울에는 냉골이다. 화장실과 가스시설도 없다. 지하방은 밤낮을 구분할 수 없이 어둡고 비좁다. 김 양은 “친구들처럼 창문으로 바깥을 볼 수 있고 화장실을 바로 갈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는 최소한의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아동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수급가구 중 난방이 갖춰지지 않은 주택에 거주한다는 응답이 7.95%였고, 가족 구성원 수에 맞는 방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15.35%나 됐다. 화장실과 목욕시설을 갖추지 못한 가구도 5.28%였다.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도 전국 아동의 9.7%인 94만4000명이 주거 빈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취약계층 아동에게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주거취약계층 아동 돕기에 나섰다. 10일부터 국내 주거 지원 캠페인 ‘아이들이 꿈꾸는 집’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모인 후원금은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위해 사용된다.

앞선 5월에는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동단체들과 함께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주거 지원 핫라인을 구축했다. 굿네이버스 등 아동단체에 긴급지원 사례가 접수되면 지방자치단체 신청 절차 없이 LH에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고 2개월 내에 입주할 수 있다.

박정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아동주거권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식하라’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정부, 지자체와 함께 국내 주거위기 아동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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