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경기 침체에도… ‘장애인표준사업장’ 크게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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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408곳으로 17곳 증가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오픈핸즈의 이태인 프로(위 사진)와 한국자재산업 소속 근로자(아래 사진) 등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각 회사 제공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오픈핸즈의 이태인 프로(위 사진)와 한국자재산업 소속 근로자(아래 사진) 등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각 회사 제공
한국자재산업은 2011년 비닐하우스 설치를 주 업종으로 시작한 중소기업이다. 2013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뒤 산업용 세척제를 만들어 전국의 발전소와 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짓는 원전에도 수출되고 있다.

한국자재산업은 최근 ‘이동식 주택’ 제조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업 확장엔 사연이 있다. 지체장애인인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가 장애인을 직원으로 추가 채용하기 위해 장애인이 일하기에 적합한 신규 사업을 개척한 것이다. 이전까지 2명이던 이 회사 장애인 직원은 지난달 말 15명까지 늘었다. 2018년 11월에는 장애인 친화 기업의 상징인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도 받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지역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강원 영월군에 있다.

○ 코로나19 사태에도 증가하는 장애인 사업장
1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02년 3개 기업뿐이던 장애인표준사업장 수가 올해 6월 말 현재 408곳으로 늘어났다.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자재산업처럼 원래는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아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는 기업 수는 늘고 있다. 지난해 연말 391곳이던 것이 6개월 만에 408곳으로 17곳 늘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장애인 10명 이상 고용 △상시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 △최저임금 이상 지급 등의 조건을 갖춰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정부의 ‘당근책’이 영향을 미쳤다. 공공기관은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만드는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난해까지 0.3%였던 의무 구매 비율은 올해 0.6%까지 늘었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로가 2배로 늘어난 만큼 올해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는 총 840개 기관에서 3993억 원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전체 구매액의 0.78% 수준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으면 첫해에 법인세와 소득세가 100% 감면되는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인증기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 장애인에게 맞는 업무 개발은 ‘숙제’
삼성SDS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오픈핸즈에서 근무하는 이태인 프로(32)는 7년째 삼성그룹 내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접수해 처리하는 일을 한다. 자신이 즉석에서 안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조치한다. 복잡한 오류는 기술 담당자를 연결해 준다. 삼성그룹 임직원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그는 전동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쉽지 않은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이다.

이 프로는 중증장애인이 편견 없이 일하기 좋은 업종으로 정보기술(IT) 및 서비스업을 꼽았다. 장애인 일자리 하면 조립, 포장 등 단순 제조업을 떠올리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이 프로는 “거동이 힘든 중증장애인도 서비스 업무는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며 “특히 IT 업종은 오래 일하면 업무 전문성도 쌓을 수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프로처럼 장애인이 오랫동안 IT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등록된 기업 가운데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기업은 10곳 중 4곳 수준인 156곳(38.2%)에 그친다. 여전히 단순 제조 업무에 종사하는 장애인이 많다는 뜻이다. 또 기업들이 장애인을 위한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거나, 급여 및 승진 교육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는 것도 앞으로 장애인 고용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애인표준사업장#한국장애인고용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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