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닮은 듯 다른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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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1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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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뉴스1DB)© 뉴스1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뉴스1DB)© 뉴스1
롯데그룹 때와 닮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승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분쟁 얘기다.

차남승계 확정과 이를 둘러싼 형제 반발, 결정권을 가진 총수 건강 문제 등 지금까지 발생한 내홍의 표면만 보면 거의 데자뷔에 가깝다.

조양래 회장측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 검증기간을 거쳐 조현범 사장에 승계가 이뤄진 점, 딸에게 경영권을 맡길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현범 사장 승계를 결정한 아버지 의사가 자발적이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자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섰다.

2015년 롯데그룹 후계를 놓고 격화된 신동빈·신동주간 갈등에서 고 신격호 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던 것과 비슷하다.

더욱이 조양래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나 입장문 발표 형식을 빌려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이 롯데 떄처럼 총수 건강 문제 등을 놓고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 이사장의 청구가 인정돼 조 회장이 지원·보호를 받아야할 피후견인이 되면 조현범 사장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다만 한국타이어의 경우 롯데와 달리 지배구조가 뚜렷하다는 점, 경영권 분쟁 당시 고 신격호 회장이 조양래 회장보다 더 고령이었다는 점, 상대적으로 정정하다고 알려진 조양래 회장이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 등 세부적으로는 롯데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진화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우선 두 그룹 총수의 건강상태에 이의를 제기한 시점의 상황이 다르다. 고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인 심판을 청구한 주체는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였다.

고 신격호 회장의 정신건강을 판단해달라는 청구가 있던 2015년말에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집무실 관할권을 넘겨받은 이후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 신격호 회장을 곁에 두고 경영권을 주장하는 와중에 가족들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법원 판단을 요청했다.

이는 집무실 관할권을 확보하기 전 공개한 고 신격호 회장의 위임장 효력 여부를 둘러싼 분쟁과 맞닿아 있었다. 같은해 9월 고 신격호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법적인 권한 일체를 넘긴다는 위임장 작성 모습을 공개하자 총수 가족들이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 롯데 경영을 맡으면서, 일본 롯데까지 빠르게 장악해 후계구도를 사실상 확정했던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조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건강문제를 놓고 법정공방과 혼란이 거듭됐던 건 경영권 분쟁 당시 고령(94세)이었던 고 신격호 회장이 직접 나서지 못했던 결과기도 하다.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서로의 입장에서 고 신격호 회장 건강문제를 다투다보니 혼란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 내홍은 롯데에 비해 매우 심플하다. 일단 신격호 회장이 의사를 드러내지 못했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조양래 회장(84세)은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건강문제에 의문을 제기한 주체는 차남 승계에 반감을 가진 장녀로 조양래 회장 결정의 효력을 따지는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 문제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신격호 회장 집무실 관할권과 위임장이 얽혀 차남 승계→신동주 전 부회장 공격→신동빈 회장과 총수 일가 역공의 복잡한 과정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도 단순하다. 조양래 회장이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은 점에는 의문이 남지만 어쨌든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면 예상보다 쉽게 진화될 수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엮인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보였던 롯데그룹과 달리 지주사 체제의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배구조가 뚜렷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지주사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 공격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깜깜이 지배구조로 혼란이 거듭됐던 롯데그룹보다 상황을 정리하기가 보다 쉽다.

아버지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넘겨 받은 조현범 사장 지분율은 42.9%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 부회장(19.32%), 장녀 조희경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씨(10.82%)가 연합한다 해도 쉽게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지분만 놓고 보면 경영권 분쟁이 롯데처럼 격화될 여지가 낮다는 점에서 조 이사장이 향후 상속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조양래 회장은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방법은 제가 고민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자식들이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발언은 경영권 분쟁 보다는 향후 재산권 분할 등 상속 문제가 더 큰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조 회장이 경계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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