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필름-카메라 대명사… 이젠 ‘코닥 제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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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제약사 변신, 9200억원 지원”

“이제 ‘코닥 필름’이 아니라 ‘코닥 제약’입니다.”

세계 필름 및 카메라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미국 이스트먼 코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제약사로 변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또한 의료장비 및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코닥의 변신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28일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코닥의 제약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 7억6500만 달러(약 918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이 기업을 카메라 회사로 기억하겠지만 우리는 코닥이 의약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며 미 의약품 제조에 있어 획기적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1970년대 세계 필름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1975년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발명했지만 1990년대 이후 디지털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후 경영난을 겪다 2012년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2년 후 파산 보호에서 벗어났지만 필름사업부를 접는 등 사업 규모가 대폭 줄었고 한때 14만5000여 명이었던 직원 수도 약 5000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인쇄기, 특수 필름 등을 제조했고 2015년부터 일부 원료의약품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 코닥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의 원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클로로퀸을 ‘신의 선물’ ‘게임체인저’ 등으로 극찬해 논란을 빚었다. 짐 콘티넨자 코닥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화학약품 및 고성능 재료 분야에서 100년 넘는 역사를 보유해 왔다”며 코닥의 탄탄한 인프라를 감안할 때 제약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DPA는 미 정부가 기업에 특정 물자 생산을 명령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진 3월부터 이날까지 총 33차례 이 법을 발동하며 미 기업의 인공호흡기, 마스크 생산 등을 독려했다.

특히 이 법을 통한 대출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융자 담당 기관은 미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이며, 코닥이 25년 안에 대출금을 갚는 조건이다.

미국은 현재 원료의약품(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공급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닥의 제약사 전환으로 미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 비율을 2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가 최근 마스크 착용 등 보건 정책을 주요 재선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번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코닥 필름#코닥 제약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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