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소급적용’ 부작용 우려… 세입자들 “쫓겨날까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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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법 시행前 새 계약 모색… 만기 두달전 갱신 거절땐 속수무책
서울 4만건 올 10월∼내년 1월 만기
세입자들 “계약연장에 되레 걸림돌”


서울 강동구 ‘래미안강동팰리스’ 집주인 김모 씨(43)는 올해 10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세입자는 “곧 ‘임대차 3법’이 통과될 예정이니 계약이 갱신되는 게 아니냐”고 맞섰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변호사와 상담한 결과 계약이 종료되기 6개월에서 2개월 전에 갱신 거절을 통보하면 임대차 3법과 상관없이 새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7억 원이던 전세보증금을 2억 원가량 올려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도입되면 ‘역대급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 3법을 기존 임대차 계약까지 소급 적용하더라도 김 씨처럼 계약 만료 6개월에서 2개월 전이면서 임대차 3법이 도입되기 전에 세입자에게 갱신 거절을 통보하면 임대차 3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어서다.

현재 임대차 3법과 관련해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대체로 세입자에게 최소 4년 이상 거주 기간을 보장하고 임대료를 종전 계약의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게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당정은 임대차 3법을 기존 계약까지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그래야 임대차 3법 도입 전에 미리 임대료를 올려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급 적용을 해도 이런 부작용을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 종료 전 6개월에서 2개월 사이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할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집주인이 갱신 거절을 알리면 계약 종료는 집주인의 ‘확정된 권리’가 된다. 즉, 세입자가 임대차 3법을 근거로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해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들은 앞으로 못 올릴 임대료를 미리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임대차 3법이 소급 적용돼도 확정된 권리까지 침해하기 어렵다”며 “개정안에 ‘임대인이 갱신 거절 통보를 이미 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부칙을 만들 수도 있지만 집주인의 확정된 권리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이 이달 말 시행될 경우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들이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에서 이런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8년 10월∼2019년 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4만3766건. 이 중 상당수가 임대차 3법 혜택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55주 연속 오름세다.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어려워지며 세입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 씨(36)는 “예산에 맞는 전세 매물을 어렵사리 찾아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하겠다고 한다”며 “결혼 전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필요한 법이지만 시장이 불안한 현 상황에서 도입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 기자
#임대차 3법#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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