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하는 이유[2030 세상/정성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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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어렸을 땐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 지식in’에 물었다. “서울 중학생들은 가방 뭐 메고 다녀요?” “사투리 고치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16세엔 이런 질문도 했었다. “남자친구와 공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수능을 잘 보려면 헤어져야 할까요?” 당시 고3인 남학생의 댓글이 베스트 답변으로 채택되어 있다. “헤어지셨으면 하네요. 전 지금 고3인데 많이 후회됩니다.” 그래서 나는 헤어졌지만 삼수를 했다.

요즘엔 유튜브에 묻는다. 그곳엔 인생 조언가들이 넘쳐난다. ‘당신을 인싸로 만들어줄 칭찬법’ ‘가난에서 벗어나는 5가지 습관’ 등을 듣다 보면 그럴듯하나 바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인생에 안 풀리는 일이 많아지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튜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혹여 검색 기록이 남을까 철저히 지우면서까지 궁금했던 한 가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제목으로 조회수 282만을 기록한 연애 유튜버 김달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해 잘해주기 바빠 본연의 매력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내게 호감을 표했을 때, 나는 어떠한 노력도 들이지 않았다. 나를 좋아할 사람은 며칠 머리를 못 감고 나가도 좋아했고, 안 좋아할 사람은 미용실에 들러 ‘풀 세팅’을 하고 나가도 관심 없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면 부담스러웠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도 나를 부담스러워할 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자 모든 게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명상 책을 읽다가 이런 이론을 접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강렬하게 욕망할수록 그걸 갖기 어려워진다고.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나에겐 이게 너무 중요해! 정말 갖고 싶어!’라고 계속 바라면,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만 가지면 내 인생은 극적으로 바뀔 거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적 있었나? 결국 성취도 못하고 욕망도 포기하게 된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 중요성을 어떻게 낮춰야 하나? 책에서는 말했다. 행동하라고.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욕망은, 욕망의 크기만큼 행동력이 뒷받침되는 거라고.

무언가를 욕망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한다. 애지중지하고, 우상화한다. 어쩌면 짝사랑은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망상이 끝나기 때문에 중요도가 낮아진다. 의외로 별거 아닌 일이 된다.

이는 삶의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희망해온 ‘꿈’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적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 공부할 생각은 안 했다. 그러면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주야장천 했다. 그럴수록 나의 무의식 저편에선 ‘그건 될 리 없다’고 했다. 뭐라도 행동으로 옮겼다면, 원하는 것에 훨씬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그래서 요즘 내 화두는 ‘중요도’ 낮추기다. 오래 마음에 두지 말고 행동하기.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무언가 해주길 바라지 않기. 사랑받고자 애쓰지 말고 그저 사랑하기. 때론 응답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중요도 낮추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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