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주제 돼야”… 美에 대화재개 공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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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상응조치 조건 크게 높여 한미훈련 등 불가역적 철회 요구
한미 구상 ‘스몰딜+α’는 일축
“김정은, 트럼프에 좋은 성과 기원”
트럼프 이후 정권 언급 장기전 시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정상회담이) 우리에겐 무익하다”면서도 “또 모를 일”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 내에서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전망이 나오자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의 공을 미국에 넘긴 것. 김여정은 대북제재 해제를 넘어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대북 적대시 철회’를 제시하며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의 조건을 크게 높였다.

○ 협상 문턱 높인 北, “불가역적 적대관계 철회”

김여정은 1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3개의 ‘북-미 정상회담 불가론’을 내세웠다. “첫째, 미국 측이나 필요했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 둘째, 시간이나 때우게 될 뿐이고 수뇌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쓰레기 같은 (존) 볼턴(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수뇌회담을 한다면 또 그것이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미국이 정상회담을 고리로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김여정은 곧바로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여정은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를 먼저 보고 결심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테러지원국 해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등을 포괄하는 ‘적대 정책’의 불가역적 철회를 요구한 것. 또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 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며 한미 일각에서 나오는 영변 핵시설 폐쇄를 대가로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스몰딜+α’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동지는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도 없는 재재 해제 따위와 결코 맞바꾸지 않을 것을 분명히 천명했다”며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 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 재개 제안을 거부했다는 뒷얘기도 공개했다.

○ 김여정 “트럼프, 좋은 성과 기원”

대남 강경론을 이끌던 김여정이 미국을 겨냥한 구체적인 담화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남사업은 물론이고 북-미 관계까지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며 메시지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김여정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지시했다”며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김여정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대선전에서 고전할 경우 그의 제안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북한#김여정#북미 정상회담#대북 적대정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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