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부실 숨기고 판매… 라임 원금 100% 반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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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상 첫 계약 취소 결정
“운용사, 무역펀드 수익률 허위기재
은행 등 판매사, 투자자 착오 유발”
판매사들이 수용땐 1611억원 환불

1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라임 사태’의 피해자들에 대한 첫 구제 조치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11월 이후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를 판 은행, 증권사들에 원금을 전액 돌려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판매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것으로, 투자원금 100% 반환 결정이 나온 것은 금융투자 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금감원은 1일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고 결론 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결정을 발표했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2018년 11월)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펀드) 투자원금의 최대 98%가 손실 난 상황에서도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들을 허위·부실 기재했다”고 했다. 또 “(펀드를 판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2017년 5월∼2019년 7월 2400여억 원을 모집해 해외의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는데, 해당 펀드는 2018년 1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라임은 이 펀드의 목표수익률을 연 7%로 명시하는 등 투자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판매사 중 한 곳인 신한금융투자도 바로 청산 사실을 인지했지만 라임이 작성한 투자제안서로 펀드를 팔았고, 다른 4개 판매사는 제안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 이후 팔린 무역금융펀드는 1611억 원어치다. 우리은행(650억 원), 신한금투(425억 원), 하나은행(364억 원), 미래에셋대우(91억 원), 신영증권(81억 원) 순으로 많이 팔았다.

금감원은 라임과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아 ‘착오에 의한 계약’을 유도해 ‘사기’와 다름없기 때문에 100% 반환 결정을 내렸다. 정 부원장보는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 기회가 원천 차단돼 투자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최대 80% 배상 결정이 내려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은 사기가 아닌 불완전 판매가 원인이어서 투자자도 20%의 책임을 졌다.

판매사들이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면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인 1611억 원을 돌려받는다. 2018년 11월 이전 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 등을 사유로 별도의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무역금융펀드 외 라임의 다른 펀드 가입자는 손실이 최종 확정된 뒤에 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일부 판매사는 현재 분쟁조정 전 ‘선(先)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동혁 기자
#라임 사태#사기#원금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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