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물 건너간 ‘경남도서부청사 폐지’

강정훈 부산경남취재본부 입력 2020-07-01 03:00수정 2020-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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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사직에 있는 한 경남도서부청사 폐지(조정)는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겠다. 도청 직원 모두가 동일 공간에서 근무하는 날을 기약하기도 어렵게 됐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서 만든 서부청사엔 3개국(局), 2개원(院) 460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한다. 전체 도청 직원의 18%가량이다.

‘서부경남공공의료확충을 위한 공론화협의회’는 최근 제3차 도민토론회에서 서부경남공공병원 후보지 3곳을 선정했다. 도민참여단 90여 명의 투표를 통해서다. 옛 진주예하초등학교 자리, 남해대교 노량주차장 인근, 하동군 진교면 등이다. 행정 절차의 편의성, 예산 절감, 입지 여건을 따져 뒤지지 않는 옛 진주의료원 자리는 빠졌다. 66개 후보지에서 23곳을 추리고, 다시 9개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제외됐다. 경남도가 참여단에 “(현재로선) 서부청사 이전 계획이 없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원래 김 지사는 서부청사 존치에 무게를 뒀다. 기능 조정이나 폐지 의사를 물으면 “(개청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답한다. 서부청사가 진주를 포함한 서부지역 부흥,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과연 영향을 미칠까.


정치인들 입으로 떠들긴 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의 뒷받침은 없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더라도 단일 공공기관을 여럿으로 쪼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이다. 직원들 고생과 소외감, 본청과 소통 문제 등은 무수히 거론됐다. 창원 도청과 서부청사의 거리는 70km. 회의와 업무협의, 도의회 출석을 위한 출장이 잦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도 길다. 의료원 건물을 허겁지겁 고친 탓에 불편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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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서부청사 개청이 진주의료원의 빈 공간을 채우는 차원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이후 공공의료 공백의 부작용은 심각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역시 그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김 지사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권한 없는 자(者)에 의한 위법한 행위인 진주의료원 폐업은 전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정상의 정상화 없이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든다는 것일까.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선현들은 가르쳤다.

연말이면 서부청사가 문을 연 지 만 5년. 서부공공병원이 후보지 3곳 중 한 곳에 들어서고 나면 서부청사 처리가 더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김 지사는 최근 “경남의 인구, 면적, 현안에 비춰 보면 (도지사를) 적어도 8년은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4년도 짧지 않지만 연임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 대오(隊伍)를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전투력은 반감된다.

혁신과 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김 지사가 두고두고 부담이 될지 모르는 중대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아쉽다. 그는 ‘질러가면 100리, 돌아가면 30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표현이다. 누가 아니라고 하랴. 치우침 없이 조화만 이룬다면 더없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김경수 경남도지사#경남도서부청사#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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