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풀리는 땅, 다시 ‘자연구역’ 지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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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막대한 보상비 부족에 일몰제 시행 이틀전 유지 결정
땅 주인들 “법적대응 나서겠다”
출입금지 울타리 세우며 반발

서울시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둔 도시공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29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서울의 도시공원 69.2km²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결정고시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 서울시, 도시자연공원 지정
도시공원 일몰제는 공원 부지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 20년간 개발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한이 해제되는 제도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지자체가 장기간 공원을 짓지 않고 사유지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땅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려 도입됐다.

서울시는 다음 달 1일 도시공원 중 118.5km²를 일몰제에 따라 해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69.2km²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다시 지정됐다. 이미 매입했거나 보상 계획이 마련된 24.5km²는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유지한다. 이 가운데 6.93km²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2조9356억 원을 들여 샀다. 올해 말까지 3050억 원을 더 투입해 0.51km²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국립공원과 도시공원으로 중복 지정됐던 북한산 공원부지(24.8km²)는 환경부가 관리하기로 했다.

○ 재산권 행사 막힌 땅 주인 반발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도시공원과 마찬가지로 개발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도시공원 해제를 앞두고 있던 토지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다시 지정되자 땅 주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시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상비를 마련하지 못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땅 주인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수십 년을 기다려왔는데 또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의 말죽거리근린공원. 1970년대부터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50년 가까이 땅 주인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공원 부지 일부가 이날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 고시되면서 땅 주인들은 공원 곳곳에 출입을 막는 표지판이나 현수막, 울타리 등을 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 공원으로 유지하고 싶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당장 매입하라는 입장이다.

또 공원의 표고 등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요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산지나 산지·자연형 도시공원 등을 지정하는데, 말죽거리근린공원은 표고가 100m가 되지 못해 산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명경의 김재윤 대표 변호사는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산권 행사가 연기된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땅 주인들이 예상보다 많다”며 “이번 주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합법적인 절차와 요건에 따라 지정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보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국·공유지 공원 18만 m²에 대해선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대부분 실효 공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최대 20년 이내에 서울시가 국·공유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완전히 실효된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를 개선해 국·공유지가 실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시#도시공원#자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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