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의혹’ 국방과학硏, 기술보안 총체적 부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5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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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기술보호 감사
기술자료 보안검색과 반출 차단 주먹구구
자료 유출 후 출국한 퇴직자 등 수사 의뢰

일부 직원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술 보안 분야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방위사업청(청장 왕정홍)은 국방과학연구소 퇴직 연구원에 의한 기술자료 유출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방위산업기술보호실태 전반을 감사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소는 출입자 기술자료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검색대와 보안요원을 운용하고 있지 않아 휴대용 저장매체와 출력물 무단 반출이 쉬웠다.

또 얼굴 확인 없이 출입증을 통해서만 출입이 통제돼 출입증을 복제하면 외부인에 의한 무단침입이 가능했다. 개인차량에 대한 보안검색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2006년 9월 자료 무단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파일을 자동으로 암호화하는 문서암호화체계(DRM)를 도입했지만 최신화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글 문서(HWP), 파워포인트(PPT) 문서, 워드(DOC) 문서 외 엑셀, 도면, 소스코드, 실험 데이터 등은 암호화되지 않았다.

인가되지 않은 저장매체(HDD, USB 등) 사용을 통제하고 작업내용을 전자적으로 기록 유지해 정보유출을 방지하는 정보유출방지(DLP) 장치는 일부에만 설치됐다. 연구소 내 통합 전산망에서 분리된 연구시험용 컴퓨터 중에서는 4278대(62%)에 이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나아가 정보자산으로 등록조차 되지 않고 운영하는 연구시험용 컴퓨터가 2416대(35%)가 발견됐다.

연구소 보안규정 상 휴대용 저장매체는 비밀 용도로만 사용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일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연구소는 비밀용 외에 일반용 저장매체 3635개를 운용했다. 게다가 저장매체 내에 보안 기능이 없어 연구소 밖 외부 컴퓨터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상태였다.

퇴직자 대상 기술보안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연구소 국방기술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는 퇴직자의 자료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임의로 종결 처리했다. 또 보안규정 상 보안관리 총괄부서가 퇴직 예정자 보안점검을 하도록 명시돼있지만 최근 3년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연구소 퇴직자 1079명과 재직자를 대상으로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퇴직 전에 대량의 자료를 휴대용 저장매체로 전송해 자료 유출 정황이 드러났다.

방사청은 자료를 유출한 뒤 외국으로 출국한 퇴직자 2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방사청은 퇴직자 중 조사를 기피하거나 혐의가 의심되는 인원을 추가 조사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재직자 중에서도 사업 관련 자료를 무단 복사하거나 USB 사용 흔적 삭제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해 보안규정을 위반한 이들도 처벌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반영해 보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빈손 출퇴근을 위한 출입구 보안 검색대를 운용하고 출입구 보안검색대에 안면인식 장치를 도입한다.

연구소는 외부 침입에 대비해 주·야간 지능형 외곽 감시 장치를 보강하는 한편 기술정보자료 통합관리를 위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한다.

연구소에 신설될 기술정보보안센터가 불시 보안 점검을 실시해 위반자를 징계 처분한다.

국방핵심기술 보유인력의 국내·외 유출 방지 방안이 마련된다. 우수연구원 제도가 도입되고 해외취업 사전 허가 제도 신설이 검토된다. 중장기적으로 국방기술지주회사 설립 등 퇴직 전문 인력 활용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구소는 “감사·수사 결과를 엄중히 수용하고 기술유출 관련자에 대한 일벌백계 엄중 문책, 퇴직자의 기술정보를 통한 사익 추구에 대한 엄한 통제와 처벌, 빈손 출퇴근 등 전 직원의 정신보안을 제고해 방위산업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세규 연구소장은 이날 “이번 자료유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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