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책임 기업에 과징금… 다수 사망땐 사업주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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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천화재 재발 방지책 발표
처벌 수위 강화 특례법 추진… 공사기간 무리한 단축땐 형사처벌
근로자 재해보험 가입 의무화… 안전관리 불량업체 명단 공개도

정부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재해로 다수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을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례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올해 4월 근로자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 참사와 같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정 총리는 “건설현장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고 경제 제재를 부과해 안전 경시 문화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안전대책 실행에 직을 건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산재 책임이 있는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건 기존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통해서도 산재가 발생한 기업에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천 화재 참사처럼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관리자와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다중인명피해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추진된다. 특례법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법무부가 국회에 제정안을 냈지만 여야 이견으로 무산됐다.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참고해 연내 법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산안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검찰 구형 기준과 법원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히 건설현장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무리한 공사기간(공기) 단축을 제재하기로 했다. 현재 공공부문 공사에만 적용되는 적정 공기 산정 의무를 민간 공사현장까지 확대한다.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요구하다 산재를 일으킨 발주자에 대해선 형사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다. 공기 연장에 따라 금융 비용 등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선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대책에는 △안전관리 불량 건설업체 명단 공개 △근로자 재해보험 가입 의무화 △건축자재 난연 성능 확보 의무화도 담겼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고 안전을 소홀히 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여야 한다”며 “경영 책임자가 사업장 안전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산재 처벌 수위와 제재 강화로 경영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산안법에 명시된 ‘근로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5년 이하 금고, 2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강한 처벌 규정”이라며 “처벌 수위를 더 높일 경우 기업들의 경영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허동준 기자
#이천화재#산업재해#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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