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으로 돌아가려는 남북관계…文대통령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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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9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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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5일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귀엣말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8.9.5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5일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귀엣말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8.9.5
‘하노이 노딜’ 이후 소강국면에 머물러있던 남북관계의 시계가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계기로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으로 돌아가려는 분위기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인내하면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를 평화모드로 전환해 냈던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8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주도로 대남 사업부서들의 사업 총화회의를 개최해 남북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하고 대남 사업의 방향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날 낮 12시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남북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남북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 폐기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를 들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연락사무소 폐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뒤 닷새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빌미삼아 남북 간 모든 연락을 끊겠다는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남북관계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초기로 회귀하는 수순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도 북한은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등을 문제 삼으며 긴장도를 끌어올리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지속적으로 감행했었다.

특히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인 이른바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까지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읽힌다.

그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쌓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은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의 대표적 방북 성과 중 하나였다. 4·27 제1차 남북정상회담 전 시험 통화하기로 한 특사단의 합의에 따라 1주일 전인 4월20일 남북 실무자간 첫 시험 통화가 4분여간 이뤄진 바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간 핫라인마저 차단한 것은 사실상 대북특사단 합의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이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일련의 강경 대응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통일부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조치에도 “통일부의 발표 내용을 참고해 달라”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청와대의 신중 기조는 북한의 반발 의도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일절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북한의 의도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같은 대남 강경 기류가 최근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까지 언론에 보도되는 등 그간 우리 측에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려운 만큼 내부 결집을 위한 성격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여권 내에선 현재 청와대나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남북관계가 진전이 안 되고 있는데 이번 상황을 계기로 무엇이 문제인지 여실히 드러나게 됐다”며 “북한의 요구는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합의한 대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라는 것이고, 대표적으로 요구하고 게 대북전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초기에도 대북전단 문제가 불거지자 지역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경찰력을 동원해 차단한 바 있는데, 최근엔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하지 않았느냐”면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북한의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이어 이날에도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북한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문제를 지적한 만큼 문 대통령은 이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마치는 대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이뤄질 개원연설에서 이를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이번 북한의 강경조치를 불러온 측면이 있는 만큼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우리 정부의 ‘대북 라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선 “청와대 내에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인사가 없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라인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조기에 인사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모멘텀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주장도 나오지만, 북한이 호응할지 미지수인 터라 쉽사리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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