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쏟은 카드섹션과 염원 담은 깃발…K리그는 아이디어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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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20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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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프로축구 대구FC 서포터즈 엔젤클럽 회원들이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에 ‘코로나19 극복과 대구FC 승리’를 염원하는 응원 깃발을 설치하고 있다. © News1
14일 오후 프로축구 대구FC 서포터즈 엔젤클럽 회원들이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에 ‘코로나19 극복과 대구FC 승리’를 염원하는 응원 깃발을 설치하고 있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어렵사리 막을 올린 K리그는 아무래도 여느 때와는 다른 풍경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꼼꼼하게 수칙을 지켜 서로의 안전을 보장해야하고 감독을 비롯해 벤치에 있는 인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시하고 대기해야한다. 서서히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지만 ‘축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게 구성원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부분은 ‘무관중’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낯설다. 프로 선수라면 많은 팬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무언가 어울리지 않았다. 이게 진짜 리그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고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큰 손해다. 환호성이 터지고 박수도 나와야 선수들이 흥이 나는데 답답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 앞으로도 한동안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현재 K리그는 ‘아이디어 전쟁’이 한창이다.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간접적으로 돕고 또 방송으로나마 경기를 즐길 수 없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구단 프런트들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시즌 공식 개막전이 치러진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E석(동측)에 대형 카드 섹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단은 하루빨리 코로나를 극복하고 경기장에서 곧 다시 만나자는 의미에서 ‘#C_U_SOON ♥’이라는 문구와 ‘STAY STRONG’이라는 메시지로 카드섹션을 완성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많은 카드’지만 쉽지 않은 수작업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구단 직원들은 물론 아르바이트 인원까지 합쳐 50명 이상이 동원돼 7~8시간 작업했다”면서 “좌석에 붙인 카드가 계속 바람에 떨어져 보수하는 시간까지 필요해 만만치가 않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관계자는 “경기장에 오신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보다 오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고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빨리 팬들과 함께 하는 정상적인 리그가 재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 덧붙였다.

전북을 포함해 대부분의 구단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보이지 않는 땀방울로 경기장을 수놓고 있다. 최근 가장 호평을 받은 곳은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다.

안산은 지난 16일 오후 4시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홈 경기 때 ‘그리너스 그림 서포터스’를 관중석에 초청했다. 안산시 관내 시립 어린이집 원생들이 자신의 얼굴과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그린 자화상 1500장을 관중석에 배치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가봤는데 진짜 아이디어가 돋보이더라”면서 “안산 구단은 향후 유관중으로 전환됐을 시 이 자화상을 ‘거리두기’를 위해 활용한다는 복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실제 팬들 사이사이 좌석에 자화상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 좌석이 운영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지역 밀착이라는 것까지 활용한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도시인 대구를 연고로 삼고 있는 대구FC는 지난해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에 1만개의 푸른 깃발을 꽂았다. 단순히 빈자리 채우자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 깃발마다 대구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쓴 소원과 선수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담아 보이지 않은 기운까지 전달했다.

경기 중 팬들의 함성(상대 공격 시 야유까지 담은) 소리를 응원 사운드로 연출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됐고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미리 받아 통천에 또 LED 광고판에 표출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무관중 경기를 운영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면서 “부족하고 다소 아쉬운 일들도 있으나 많은 이들의 노력도 팬들이 같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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