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업’ 진한새, 금기 깨고 ‘청소년 성범죄’ 다룬 이유는…

김재희기자 입력 2020-05-19 13:34수정 2020-05-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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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윤수/넷플릭스 ‘인간수업’ 제공© 뉴스1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은 올해 선보인 어떤 작품보다 무수한 물음표를 던진 문제작이다. 한국 콘텐츠가 다루지 않았던 금기의 영역을 내핵까지 파고든다. 학교에선 조용한 모범생이지만 조건만남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포주 역할을 하는 지수(김동희), 그의 사업에 동참해 판을 키우는 같은 반 규리(박주현), 앱에서 조건만남을 하며 번 돈으로 남자친구 기태(남윤수)와의 데이트 비용을 대는 민희(정다빈)의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청소년 성범죄를 정면에서 다룬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톱10’ 1~3위를 오가는 중이다. 2017년 웹드라마 ‘아이리시 어퍼컷’으로 데뷔한 후 첫 장편 드라마를 선보인 진한새 작가(34)를 서면으로 만났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 뉴스1

‘인간수업’은 ‘죄악은 왜 나쁜가’에 대한 진 작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뉴질랜드 유학 중 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담배를 팔던 장면을 목격한 그는 ‘똑같은 고등학생인데도 사는 세계가 정말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 청소년이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죄는 왜 나쁜가’ 하는 유치원생 같은 수준의 질문에 나름대로 진지하게 답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약, 살인 등 수많은 ‘죄’ 중 왜 하필 청소년 성범죄를 소재로 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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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동맥이 된 원론적 질문(죄는 왜 나쁜가)에 최대한 진지하게 답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가장 들여다보기 불편하고, 건드리기 고통스러운 부분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수업’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범죄는 나쁜 것’이라고 섣불리 규정짓진 않았다.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죄악이라는 주제를 재탐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구태의연해 보여도 반드시 필요한 회귀입니다. 이런 윤리적 가치들은 오래된 유적처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마모되는 성질이 있어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조건만남 운영 방식이 꽤 자세히 묘사됐지만 포주나 성매매 여성들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 뉴스1

“범죄 관련 현장취재는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겁이 많아서요. 그런 곳에 누굴 대신 보내고 싶지도 않았고요. 성범죄와 관련된 기술적 설정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에 상상을 더해서 짜 나간 ‘실제로 있을 법한 것’들입니다.”

진 작가의 어머니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 다수의 히트작을 쓴 송지나 작가다. 평소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인간수업을 쓸 때만큼은 달랐다.

“왠지 모를 자존심 때문에 마지막 회 최종고가 나올 때까지 대본을 한 편도 보여드리지 않았습니다. 서운하셨을 거예요. 최종고를 보여드렸더니 의외로 읽는데 한참 걸리시더군요. 아직도 다 못 읽으셨을 겁니다.”

복선과 열린 결말 탓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아직’ ‘일단’ 등의 단어로 지수와 규리의 불발된 로맨스를 설명한 진 작가의 답은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일까.

“‘러브라인’이란 게 키스신 몇 회 이상 같은 기준이 있는 게 아니어서 규리와 지수의 관계가 러브라인인지 특정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아직 정식 명칭으로 분류되지 않은 두 사람만의 고유한 관계라고 일단은 규정해 두겠습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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