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인 듯 아닌 듯… 한계에 도전하는 격렬한 구도의 몸짓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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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표작 ‘바디콘서트’ 선뵈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
몸이 악기로 변신, 음악 따라 춤춰… 엄숙한 표정, 애매한 몸짓에 웃음도
선글라스로 시작한 파격 무대… 헬멧, 펜싱 마스크까지 이어져
“어디서든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 논밭-지하철역-잔디밭서도 공연

김보람은 ‘반반’ 헤어 스타일을 고수한다. 머리의 절반은 짧게 자르고 다른 절반은 기른다. 그는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건 꼭 드러내고 싶은 복합적 성격이 담겼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보람은 ‘반반’ 헤어 스타일을 고수한다. 머리의 절반은 짧게 자르고 다른 절반은 기른다. 그는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건 꼭 드러내고 싶은 복합적 성격이 담겼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분명히 무용인데 무용이 아닌 것 같다. 객석에서는 ‘피식’ 웃음이 터지지만 무용수의 표정과 몸짓은 엄숙하기만 하다. 현대무용과 인간의 몸짓 사이, 애매한 경계 어딘가에 놓인 춤. 그 애매함이 앰비규어스(ambiguous·애매한) 댄스컴퍼니의 정체성이다. 2011년 이 무용단을 창단해 가장 대중적이고 ‘핫한’ 무용단으로 일궈낸 김보람 예술감독(37)은 14일 개막한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에서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Remix)’를 23일 선보인다.

1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2010년 ‘바디콘서트’가 탄생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돼 고향을 찾은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워크숍과 공연을 취소하느라 목소리가 가라앉았던 그는 “공연 취소만큼 슬픈 게 없더라. 앞으로 웬만하면 제안받는 춤은 뭐든 다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선보일 무용 ‘바디콘서트’ 장면. 각양각색의 복장이 눈길을 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선보일 무용 ‘바디콘서트’ 장면. 각양각색의 복장이 눈길을 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바디콘서트는 ‘관객의 현대무용 입문작’으로 불릴 정도로 직관적이다. 몸이 악기로 변신해 음악에 따라 격렬하게 몸짓하는 콘서트다. 무용의 본질인 움직임과 춤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업이라 신입 무용수는 엄청난 연습량을 요한다. 무용수들 사이에서 “× 쌀 뻔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올해는 작품명에 Remix(리믹스)를 더했다. “원작에 무용수 3명을 더해 모두 10명이 나온다. 힘든 장면들만 모아 놨다.”

이 무용단의 트레이드마크는 선글라스다. 바디콘서트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춤춘다. 어두워서 중심 잡기도 힘든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눈을 가리면 실수하는 티가 덜 나요. 눈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처음 안무를 짤 때 선글라스를 꼈더니 불안한 ‘동공 지진’을 가릴 수 있었죠. 다만 지금은 눈과 얼굴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관객이 몸의 언어에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선글라스에서 시작한 파격은 모자, 헬멧, 펜싱 마스크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괴상한 마스크 위에 검은 비닐봉지까지 뒤집어쓰고 춤을 췄다. “숨쉬기도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숨은 의미를 알아챈 관객이 있을 때 짜릿하다”고 했다. 최근 한 관객이 “108배(拜)를 보는 것 같은 춤”이라는 후기를 남겼는데 메시지를 정확히 알아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단다. 공연 장소도 파격적이다. 논밭, 지하철역, 공원, 길거리, 잔디밭 등 어디든 무대다.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라 무대가 엄숙하고 조용한 공연장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

춤춰 보라 하면 울어버릴 만큼 내성적인 아이였던 그는 2000년부터 엄정화 윤종신 등 가수의 백업댄서로 활동하며 사람들 앞에 섰다.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배웠지만 장르에 얽매이긴 싫었다. 재미있는 표현법으로 관객 앞에서 춤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대무용의 경계에 걸쳐 있다’는 애매함 때문에 무용계의 비판도 받았다. 그래도 ‘나는 왜 춤을 추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그는 계속 춤출 것이다. “쉬운 길이 제일 잘못된 길인 건 확실하니까요.” 23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4만, 5만 원. 8세 관람가. 모다페의 모든 공연은 좌석 거리 두기를 통해 공연장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네이버TV와 V LIVE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무용#바디콘서트#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김보람#아르코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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