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자 보호법, ‘공익’을 생각한다[기고/곽규태]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입력 2020-05-15 03:00수정 2020-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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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이 기고는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해 본보 13일자 A29면에 실린 ‘인터넷 민주주의 해치는 국회’(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반대되는 주장을 담은 글입니다.

2005년 1월 독일연방행정대법원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한 소송에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익이 기업의 정보 보호 등과 같은 사익에 우선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도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사익을 법령으로 규율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민 대다수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공공의 이익’이 ‘사적(私的)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며, 이러한 원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칙인 셈이다.

최근 국회는 거대 콘텐츠 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통신사 외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라면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 인터넷 시장은 구글, 넷플릭스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콘텐츠 공룡 기업에 의한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이 67% 이상에 이르고, 유튜브는 동영상 앱 전체 이용시간의 88%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인터넷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유발하는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유럽처럼 국내도 트래픽 증가로 인한 인터넷 품질 저하, 나아가 인터넷 망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선 거대 글로벌 기업이 이용자 보호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경로를 강제로 국내에서 해외로 돌려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접속 마비를 초래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 조치에 불복한 페이스북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 1심 판결에서 법원은 국내 입법 미비를 사유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서비스 접속 지연이 발생했으나 현행법에 대형 콘텐츠 기업의 서비스 품질 의무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주요 논거였다. 즉, 인터넷 이용자의 피해는 자명하나 규정이 없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것이 그 판결의 취지였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개정 법안에는 그간 사회 각층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소할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이 제시돼 있다. 국내 중소 스타트업을 개정법의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 사업자들의 경우 이미 관련 조치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으므로 문제될 사항이 없어 보인다.


‘이용자 피해는 자명한데 책임질 가해자는 없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되는 상황’,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법 개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5세대(5G), 기가인터넷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망을 갖춘 국내에서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편익과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진전을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공익’만 생각하자.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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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논란#인터넷 이용자 보호법#독일연방행정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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