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감염 우려 커져… 서울 초등생 1학기 학교 안 가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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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과외-독서실 등 ‘학업동선 전파’ 긴장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학생과 학원 강사에게 번지면서 초중고교 등교 수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간 정부는 학생 감염을 막겠다며 PC방, 노래방 같은 시설에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감염 양상을 보면 학원과 과외 수업, 독서실 등 이른바 ‘학업(學業) 동선’을 따라 번지고 있다. 일단 서울 지역 초등학생의 경우 최장 34일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다른 학년과 나머지 지역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등교 일정 재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초등생, ‘등교 선택권’ 확대


서울시교육청은 13일 관내 초등학교에 ‘초등학교 교외체험학습 운영지침’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르면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은 연간 수업일수의 10%에서 20%로 늘었다. ‘10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도 사라졌다. 올해 초등학교 수업일수는 학년별로 171일 또는 173일. 따라서 최대 34일까지 학교를 안 가고 가정학습을 해도 등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 및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중고교에는 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초등학교는 체험학습 허용일을 교육청이 정하는 반면 중고교는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고교 허용 기간은 20일 안팎”이라며 “초등학교 사례를 보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커진다면 중고교도 학칙 개정으로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고교생 감염 사례가 이어지자 ‘1학기는 아예 등교 수업을 하지 말자’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의 1학기는 아예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1학기 등교를 전제로 마련된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을 다시 점검 중이다.

○ ‘학업 동선’ 감염에 교육계 비상


교육 당국이 서둘러 조치를 내리는 건 ‘학업 동선’ 내 감염이 현실화된 탓이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학원 운영을 막으면서 최소화했던 학생 감염이 클럽발 변수에 무너진 것이다.

일선 학교는 강사 한 명이 학원과 과외를 통해 중고교생을 집단 감염시킨 인천 사례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등교 수업 기간이었다면 학교 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교가 다섯 차례 미뤄지는 동안 많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를 재개했기 때문에 위험성도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교생 대상 학원에서 2명 이상이 한꺼번에 감염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국 학원을 대상으로 등교 수업 개시 시점까지 다시 휴원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

교육계에선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는 분위기다. 클럽발 확산을 계기로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 한 고교에서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고3이 두 차례 등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교와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도 생기고 있다. 같은 재단의 바로 옆 중학교도 이틀간 학생들을 몰래 등교시켰다. 이 학생은 강사 및 학생 15명과 밀접 접촉했지만 11일 진단검사를 받을 때까지 학교나 교육 당국은 깜깜이었다.

교육부는 이태원 집단 감염과 관련된 교직원, 학생 현황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각 시도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취합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5월 연휴에 이태원 클럽과 강남 수면방 등을 찾은 교직원이 8명, 원어민 교사는 6명이라고 발표했다. 그 일대를 찾은 사람까지 합하면 158명이다. 13일까지 확인된 규모는 강원 61명, 광주·전남 58명, 인천 41명, 전북 30명, 부산 20명, 경남 20명 등이다.

서울의 중2 학부모 신모 씨(44)는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직원이나 원어민 교사가 적지 않을 텐데 등교해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3 등교일(20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추가 등교 연기 등은 더 검토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최예나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재확산#초등학생#학업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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