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감염 잇따르자…서울 초등생, ‘가정학습’ 최대34일까지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3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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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전국이 또 다시 코로나19 확산세인 와중에 수도권 지자체의 초등학교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 다수가 서울 이태원 일대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 2020.5.12 © News1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전국이 또 다시 코로나19 확산세인 와중에 수도권 지자체의 초등학교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 다수가 서울 이태원 일대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 2020.5.12 © News1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학생과 학원강사로 번지면서 초중고 등교 수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간 정부는 학생 감염을 막겠다며 PC방, 노래방 같은 시설에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감염 양상을 보면 학원과 과외수업, 독서실 등 이른바 ‘학업(學業) 동선’을 따라 번지고 있다. 일단 서울지역 초등학생의 경우 최장 34일 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다른 학년과 나머지 지역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등교 일정 재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서울 초등생, ‘등교선택권’ 확대

등교개학에 대비해 교실 책상 사이 간격을 넓히고 있는 한 고교 관계자. © News1
등교개학에 대비해 교실 책상 사이 간격을 넓히고 있는 한 고교 관계자. © News1

서울시교육청은 13일 관내 초등학교에 ‘초등학교 교외체험 학습 운영지침’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르면 교외체험학습 허용일은 연간수업일수의 10%에서 20%로 늘었다. ‘10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도 사라졌다. 올해 초등학교 수업일수는 학년별로 171일 또는 173일. 따라서 최대 34일까지 학교를 안가고 가정학습을 해도 등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 및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중고교에는 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초등학교는 체험학습 허용일을 교육청이 정하는 반면 중고교는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고교 허용기간은 20일 안팎”이라며 “초등학교 사례를 보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커진다면 중고교도 학칙 개정을 통해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고생 감염 사례가 이어지자 ‘1학기는 아예 등교 수업을 하지 말자’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의 1학기는 아예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1학기 등교를 전제로 마련된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을 다시 점검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3이나 중3은 입시의 시급성을 인정하지만 다른 학년은 1학기 내내 원격수업을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업 동선’ 감염에 교육계 비상

29일 서울 강서구 등원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공부하고 있다. © News1
29일 서울 강서구 등원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공부하고 있다. © News1
교육당국이 서둘러 조치를 내리는 건 ‘학업 동선’ 내 감염이 현실화한 탓이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학원 운영을 강제로 막으면서 최소화했던 학생 감염이 클럽발 변수에 무너진 것이다.

일선 학교는 강사 한 명이 학원과 과외를 통해 중고생을 집단 감염시킨 인천 사례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등교 수업 기간이었다면 학교 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등교가 다섯 차례 미뤄지는 과정에서 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를 재개했기 때문에 위험성도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초중고생 대상 학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난 적은 있지만 2명 이상이 한꺼번에 감염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국 학원을 대상으로 등교 수업이 재개되는 시점까지 다시 휴원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

교육계에선 학교 내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는 분위기다. 클럽발 확산을 계기로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5월 초 연휴 기간에 서울 이태원 클럽과 강남 수면방 등을 찾은 교직원이 8명, 원어민 교사는 6명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업소를 방문하지 않았지만 그 일대를 찾은 사람까지 합하면 총 158명에 이른다.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이태원 일대를 방문했던 교직원과 원어민 교사 현황 파악에 나섰다. 13일까지 확인된 규모는 강원 61명, 광주·전남 58명, 인천 41명, 전북 30명, 부산 20명, 경남 20명 등이다.

서울의 중2 학부모 신모 씨(44)는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직원이나 원어민 교사가 적지 않을 텐데 등교해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3 등교일(20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추가 등교 연기 등은 더 검토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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