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허리 숙이며 전력 질주…명품족도 달리게 만든 이것은?

송은석기자 입력 2020-05-12 15:13수정 2020-05-1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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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거긴가요…?’

‘끄덕 끄덕’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샤.넬.백’ ‘끄덕’ ‘끄덕’


백화점 문이 열기 전 오전 9시 45분 강남의 모 백화점.
강남의 모 백화점 후문 매장 앞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인적 드문 정문과는 달리 명품관 후문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닫힌 셔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왜 이 곳에 줄을 서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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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샤넬’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블랙핑크의 제니도 ‘샤넬백 매니아’입니다. 제니 인스타그램.



바로 블랙핑크의 제니도 사랑하는 브랜드 샤넬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섭니다.

롤x스, 오x가같은 남자의 명품 시계처럼 ‘샤넬백’은 여성들 대부분이 갖고 싶어하는 가방이죠. 그 중 ‘샤넬 클래식 캐비어 백’은 혼수로도 많이 구매되는 가방입니다. 그런데! 이 가방이 14일 본사 정책에 따라 인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미디움은 15% 인상된 715만원에서 820만원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큰 사이즈는 1000만원에 육박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남은 이틀 간 먼저 구매한 사람들은 100만원을 절약하는 셈이죠.

그래서 최근 샤넬 매장마다 개장 전부터 줄을 서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줄을 서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는 ‘오픈 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 직원 당 고객 한 팀을 응대하는 정책 탓에 일찍 가지 못하면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10시가 되자 대기 인원은 30여 명이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기다리면 모두 다 살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고객은 “샤넬백은 기본적으로 못 산다고 생각하면 돼요…”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기다린다며 줄을 섰습니다.

‘오픈런’ 참가자들(?)은 대기하면서 미리 매장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하고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며 개장을 기다렸습니다. 어느덧 시계는 오전 10시 30분을 가리켰고, 이윽고 강남의 명품 매장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사람들은 셔터가 채 열리기도 전 허리를 숙여 통과한 뒤 매장을 향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우사인 볼트’였습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직원의 말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5초, 10초에 100만원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체면 따윈 잠시 잊는 겁니다. 정문에서, 지하에서, 후문에서 몰려든 고객들로 순식간에 샤넬 옆 매장까지 긴 줄이 생겼습니다. 채 30초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 이것이 오픈 런…! 저도 구경하지 말고 달릴걸 그랬습니다.


숨을 헐떡이는 고객들을 향해 샤넬 매장 직원들은 우아하게 질서를 잡으며 한 명씩 고객들을 입장시켰습니다. 앞줄에 선 사람들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에도 여전히 고가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는 이색 풍경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력 질주할 만큼 최선을 다했던 적이 있었나… 잠시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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