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생 딸이 무슨 콘텐츠 보는지가 요즘 최대 관심”

김재희 기자 입력 2020-05-07 03:00수정 2020-05-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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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나를 찾아줘’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워너브러더스에서 창작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작비와 촬영 스케줄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며 “여기서 배운 걸 접목해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들에 워너브러더스 로고가 올라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995년생인 딸이 무슨 콘텐츠를 보는지가 요즘 최대 관심사예요.”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변호인’(2013년)을 제작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최재원 대표(53)의 말이다. 20년간 수십 편의 영화가 그의 손을 거쳤지만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나이가 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관객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딸에게 요즘 뭘 보냐고 물으니 유튜브에서 예능을 5분으로 압축한 ‘오분순삭’, 박막례 할머니의 드라마 리뷰를 보여주더군요. 이야기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캐릭터는 명확한 콘텐츠였죠. 젊은 세대가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가 예전 기준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 진학을 포기한 게 평생 한이라는 최 대표에게는 예술가의 피가 끓었다. 대학 시절 글을 쓰고 연극을 하며 창작욕을 분출했다. 대학 졸업 후 일한 벤처캐피털 ‘무한창업투자’에서 국내 처음으로 영상투자펀드를 만들었고, 2000년 펀드를 운용할 투자사 ‘아이픽처스’를 세웠다. 이후 투자제작사 ‘바른손필름’, 배급사 ‘뉴’, 투자제작사 ‘위더스필름’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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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더스필름’이 제작해 관객 1137만 명을 모은 영화 ‘변호인’. 뉴 제공
20년간 영화 제작, 투자, 배급을 모두 거치며 인연을 맺은 배우와 감독들은 이제 베테랑이 됐다. 봉준호 감독과 김지운 감독이 그렇다. 봉 감독과는 그의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김 감독과는 ‘장화, 홍련’에 투자하면서 알게 됐다. 그때의 인연이 이어져 바른손필름 대표 시절 이들과 각각 두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계약을 맺었다. 봉 감독이 이 계약으로 만든 두 편의 영화가 ‘마더’와 ‘기생충’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키치’한 느낌이 좋아 봉 감독에게 다음 작품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장화, 홍련’은 아이픽처스가 무한창투에서 독립하고 투자한 첫 작품이었는데 뜻밖에도 대박을 안겨줘 제가 영화판에 남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하늘이 내려준다’는 1000만 영화 ‘변호인’을 만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양우석 감독과 준비하던 ‘강철비’가 엎어지면서 다른 작품을 찾던 중 양 감독이 ‘변호사 노무현’이란 제목이 적힌 50장 분량의 트리트먼트(시나리오 전 단계 대본)를 내밀었다. 가장 피곤할 때 시나리오를 읽는다는 그는 ‘한밤중에 보는데도 너무 재미있어서 벌떡벌떡 깼다’고 했다. 제작을 결심했지만 캐스팅이 문제였다. 송강호는 처음에는 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강호가 낮술을 하자며 전화가 왔어요. 술을 마시며 ‘시나리오가 머리에서 안 떠나’라더군요. 며칠 뒤 아침에 문자가 왔어요. ‘좋은 영화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연기할게.’ 아직도 못 잊는 두 문장이죠.”

‘100년 동안 1등 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라는 궁금증에 2015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에 온 최 대표는 워너브러더스의 국내 영화 제작투자를 이끌고 있다. 1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밀정’부터 ‘싱글라이더’ ‘챔피언’ 등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만들었다. 대표직을 수락하며 ‘매년 최소 한 편은 신인 감독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려 한다.

“한국 시장은 로컬 프로덕션이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저희에게 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줘요. ‘밀정’은 시나리오를 보낸 지 3시간 만에 본사에서 전화가 와 ‘go’라고 했어요. 최종 보고서를 보내면 본사에서 빠르면 하루 만에 답이 와요.”

318만 관객을 모은 ‘마녀’를 제외하고는 ‘인랑’, ‘광대들: 풍문조작단’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면서 최 대표는 어떤 영화를 만들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답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직원들이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 최 대표가 시나리오를 골라 직원들에게 주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선별한 작품들 가운데 최 대표가 최종 결정을 한다. 그 결과물로 올해 김혜수 주연의 ‘내가 죽던 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메이크작이 개봉한다. 이원석 감독의 코미디 영화에도 투자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마녀2’는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망했을 때가 기회고, 기회가 왔을 때가 위기라는 말을 믿어요. 지난 몇 년간 주춤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달릴 겁니다.”

○ 최재원 대표는…


△1967년 출생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
△2000년 투자사 아이픽처스 설립, ‘장화, 홍련’ ‘살인의 추억’‘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 투자
△2005년 바른손 영화사업본부 대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더’ 제작
△2009년 투자배급사 뉴 대표
△2010년 투자제작사 위더스필름 창업, ‘변호인’ 제작
△2015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밀정’ ‘싱글라이더’ ‘마녀’ ‘인랑’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최재원#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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