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상태 파악했던 美, 공식 언급 하지 않았던 이유는…[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특파원 입력 2020-05-06 13:54수정 2020-05-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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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직접 끊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원산에서 15일~20일 사이 휠체어나 부축 없이 걸어 다녀(동아일보 4월24일자 1,2면)’, ‘김정은, 보좌진과 같이 걷는 모습 등 27일 추가 포착(5월2일자 3면)’, ‘승마 후 일행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모습 잡혀(5월 2일자 3면)….’

지난 2주간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행적을 취재하며 느꼈던 것은 미 정보자산과 정보력은 상상이상으로 정교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미 행정부 안팎 취재원들은 구체적 언급은 삼간 채 ‘영상과 통신 정보 등에 기반 한 종합적 정보 평가’라고만 밝혔지만 이미 공개된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은 최첨단 시스템을 총 가동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그의 잠행기간 중 살폈습니다. 미 대북 정보력의 핵심은 키홀(Key Holeㆍ열쇠 구멍)로 불리는 첩보위성. 최신형 키홀 위성이 정밀 모드로 촬영하면 자동차 번호판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찰기도 추가 투입돼 사진을 찍고 각종 신호ㆍ감청 정찰기도 투입돼 북한을 감시합니다.

이 같은 과정과 기타 종합적 분석 등을 통해 미 당국은 ‘카더라’식 첩보를 걸러내고 확실한 결과만 추려낸 정보 평가에 ‘높은 신뢰도(High Confidence)’라는 등급을 매겨 최상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말할 수 없지만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의 상태를 파악한 뒤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나 상황에 대한 공식 확인이나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CNN의 김정은 위중설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밝힌 이후엔 “상황을 알지만 말할 수 없다”는 식의 신중한 입장을 이어갔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통령의 말에 더할 게 없다”고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오히려 ‘지도자가 누가 되든 비핵화 목표는 변함없다’는 취지 발언으로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왜였을까요. 또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전현직 미 행정부 인사, 그리고 조야 인사들에게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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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말 못해” vs “건강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료공장 내부를 누군가의 부축이나 지팡이 없이 걷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미 당국은 활동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포착해 해당 인물이 본인임을 사실상 확정지은 뒤에도 대외적으로 이를 공식화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김정은 신변 이상설’을 적극 반박하며 진화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민감 정보를 다룬 경험이 있는 전직 고위급 미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신중 기조에 대해 최근 통화에서 “정보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팩트 파인딩을 기본으로 한다 해도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일의 경우는 늘 있는데다 북한처럼 불투명한 사회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민감 정보나 주제일수록 확언이나 확인은 금물이라는 겁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사망하지 않았다는 힌트를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살아 있음을 전제해야만 가능한 표현들(“김 위원장이 잘 지내길 바란다”, “머지않아 관련 소식 듣게 될 것”)을 이어갔고 결정적인 단서는 1일(현지시간) 조너던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에 녹아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던 당시 그는 “북한의 현 독재자를 둘러싼 추측이나 소문과 관련해 공유할만한 추가 내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추측과 소문”이란 표현으로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던 겁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내기 며칠 전부터 미 주류 언론에서도 물밑 분위기 변화는 감지 됐습니다. 국내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신중한 표현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뭔가 상황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미 현지 언론은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 언론에서 김 위원장의 부고기사가 아닌 그의 재등장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시점도 이 즈음이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 외신 기자는 “민감 사안에 대한 미 행정부 관리들의 표현은 늘 그렇듯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듯한 포괄적 일반론을 유지하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alive and well enough“ vs ”alive and wel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 오른쪽). AP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의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 설에 대한 그동안의 모호하면서도 신중한 공식 입장은 우리 정부의 대조적 반응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대북 부처 수장들까지 직접 나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하는 모양새는 이례적이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한미 외교소식통은 “비공식적인 설명이나 익명이 아닌 한국 고위급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 당사국도 아닌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을 공식적으로 일축하는 광경을 이전엔 접한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미간 잠행 중이던 ‘김정은 행적’을 추적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하더라도 이를 어떤 식으로 언론에 설명하고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선 양측간 충분한 협의나 합의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석 가능한 부분입니다.

미 조야에서는 또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물음표 또한 여전합니다. 그의 건강 문제는 언제든 도출될 수 있는 ‘북한 리스크’라는 겁니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최근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김정은은 고혈압 등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가 ‘건강하다’는 전제는 때문에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위독하지 않으며 활동 가능하다(alive and well enoughto function)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을 공식 재등장 무대로 선택하기 전 평양 외각 산음동 미사일 연구 단지를 방문했을 가능성과 함께 지난 해 말 새로운 전략 무기 공개를 선언한 북한이 향후 미사일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북한 내 식량난 등 경제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특파원(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향후 김정은의 건강 리스크와 함께 북한 도발 및 내부 경제난 전망까지.

한미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특파원(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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