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숫자 논란…지역 확진자 0명 ‘75일→72일만에’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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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1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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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명 늘어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765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는 검역 과정 4명이다. © News1
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명 늘어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765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는 검역 과정 4명이다. © News1
지난달 30일 국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을 기록한 게 얼마만인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이 같은 방역 성과가 75일 만인지, 아니면 72일 만인지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75일 만의 국내 확진자 0명, 총선 이후 14일간 선거로 인한 감염 0명”과 “대한민국의 힘, 국민의 힘‘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외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75일 만에 국내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축하한 메시지다. 그러나 이 글은 얼마 가지 않아 ’72일 만의 국내 확진자 0명‘으로 수정됐다.

대통령 SNS 글이 황급히 수정된 것은 방역당국 정례브리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4월 30일 오전 10시10분쯤 확진자 현황을 발표하자 언론은 잇달아 지역사회에서 75일 만에 확진자가 0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75일을 72일로 정정했다. 방대본은 신천지예수회(이하 신천지) 신도인 31번(61·여)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후 72일 만에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2월 16일, 17일, 18일 오전 통계 현황 자료를 통해 확진자가 각각 1명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3월 이전 방역당국은 확진자 통계를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발표했다. 오전 발표 통계에는 오전 9시 기준(전날 오후 4시부터 당일 오전 9시까지) 발생한 확진자를, 오후 발표 통계엔 오후 4시 기준(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발생한 확진자를 각각 반영했다.

그런데 4월 30일 방대본은 2월 17일엔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2월 17일 오전 통계 현황에 잡힌 확진자의 경우 양성 판정을 받은 날이 16일이었다는 설명이다.

2월 18일 오전에 발표된 확진자(31번 환자)의 경우엔 당일 오전 4~5시쯤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 2월16일 확진자는 1명이 아닌 2명이고, 17일은 0명, 18일은 1명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4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방대본은 2월 16일 2건의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했고, 순수(최종확진)히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것은 2월 18일이므로 (2월17일 0명인 까닭에 지역사회 감염 0명은) 72일만이라고 봐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31번 환자는 감염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해외유입 사례인지도 불분명해 2월 18일 이후로 통계를 계산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국내 코로나19에 상징적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날을 기점으로 날짜를 계산한 것인지, 아니면 17일 0명인 것을 착오로 빼먹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방역당국은 2월 17일 확진자가 0명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4월 30일 지역사회 감염자가 0명을 기록한 것은 2월 17일 기준으로 보면 73일 만이고 , 31번 환자가 발생한 2월 18일 기준으로 삼으면 72일 만인 게 정확하다.

사실 75일, 73일, 72일 등 날짜수 보다 중요한 건 국내 지역사회에서 70여일 만에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비교적 코로나19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한 숫자 논란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자축하기에는 가시밭길이 남았다.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최장 6일에 이르는 황금연휴 기간에 대규모 인구이동이 예상돼 방역적으로 매우 위험한 시기여서다.

이번 황금연휴는 지난달 10~11일 사전투표, 15일 본투표 등 3일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보다 방역적으로는 더 위험하다는 평가가 많다. 총선 때는 3000만명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철저한 방역 시스템 관리하에 이뤄졌다. 반면 이번 황금연휴에는 온전히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줄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황금연휴 기간에 소규모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5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등교개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역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4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감염 후 5~6일 후에 가징 높은 빈도로 증상이 발현한다“며 ”5월 5일까지 연휴로 보면 일주일 안에 감염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연휴 이후 감염자 감시나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유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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