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씩 재봉질… 면마스크 1만장 만든 군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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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군수사 조미혜 주무관
마스크 대란 당시 부대 요청에 제작 영상-원단 확보 총력전
동료들과 주말 반납하며 생산
“우리 마스크 쓴 간부 보니 뿌듯”

해군 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군무 주무관 조미혜 씨가 재봉틀 앞에 앉아 해군 장병들에게 지급할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군무 주무관 조미혜 씨가 재봉틀 앞에 앉아 해군 장병들에게 지급할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해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해군 장병들이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비해 면 마스크를 손수 제작해 공급한 군무원의 사연이 27일 알려졌다. 주인공은 해군 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조미혜 군무주무관(47·여·사진).

조 씨가 면 마스크 제작에 뛰어든 건 2월 23일 코로나19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해군 수병들에겐 KF94 마스크가 보급되고 있었지만 부사관, 장교 등 간부들은 마스크를 각자 구해야 했다. 그러나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에 군부대 측에선 의류학과 출신으로 의류 제작 강사 경력이 있는 조 씨에게 면 마스크 제작이 가능한지 물어왔다.

함정, 잠수함, 지휘통제실 등은 밀폐된 공간 특성상 집단 감염 위험성이 높아 간부들이 면 마스크라도 확보해 놓는 것이 시급했다.

조 씨는 부대의 문의를 받자마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동에 나섰다. 성인용 마스크 제작 경험이 없던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마스크 제작 영상부터 뒤졌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견본 3개를 만들었다. 이때부터는 의류 부자재 시장을 돌며 원단을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마스크 5000장가량을 만들 수 있는 면 100% 고밀도 원단을 확보했다.

이런 추진력을 바탕으로 조 씨는 문의를 받은 지 만 이틀도 되지 않은 2월 25일 오전부터 마스크 생산에 들어갔다. 피복·세탁팀 팀원은 물론이고 재봉틀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병참지원대 군무원까지 16명이 동원됐다.

마스크 대란이 이어진 3월 한 달은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근무하며 마스크 생산에 온 힘을 쏟았다. 하루에 길게는 10시간 이상 재봉틀을 돌렸다. 조 씨와 동료들이 최근까지 만들어 낸 면 마스크는 1만2000여 장. 이 중 약 1만 장이 함정, 잠수함,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는 간부에게 지급됐다.

3월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수급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함정, 잠수함 근무 간부들은 긴 시간 바다에서 근무해야 해 5부제 일정에 맞춰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면 마스크는 그 무엇보다 유용한 보급품이었다.

조 씨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상 상황에서 주어진 임무인 만큼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최선을 다해 마스크를 만들었다”며 동료들과 공을 나눴다. 조 씨와 동료들의 목표는 이달 말까지 면 마스크 1만3000여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만든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간부들을 볼 때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탠 것 같아 뿌듯하다”며 “목표량을 모두 생산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해군군수사#조미혜 주무관#면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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