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베끼고 특정반에만 힌트”…광주·전남 일부고교 시험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3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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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사회 "공정성·신뢰성, 평가 혁신책 촉구"

광주·전남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 교내 시험문제를 특정 문제집에서 베끼거나 특정반 학생들에게 힌트를 줘 시험 공정성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 재시험까지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 모 고등학교의 경우 생명과학 교사 A씨가 배점 절반에 해당하는 문제를 출제한 가운데 시중에 나도는 특정 문제집에서 시험문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는 문제집 숫자를 응용하는 수준이었으나 1학기 기말,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대다수 문제를 그대로 베꼈다.

이같은 사실을 눈치챈 일부 학생들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고득점을 챙겼고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의 문제제기로 학교 측은 결국 2학기 기말시험 종료 후 앞서 치른 세 번의 시험에 대해 모두 재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전남 모 여고에서는 한국사 교사 B씨가 특정반 학생에게만 시험 힌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학기 기말고사 실시 전 1학년 6~10반 학생들에게만 서술형·객관식 문제 구분하지 않고 힌트를 줬고, 같은 학년 1~5반 학생은 시험 직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은 또 다른 한국사 교사 C씨에게도 문제를 제기했다. C씨는 “힌트제공 행위는 옳지 않다”는 입장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학벌없는 사회는 “시·도 교육청은 문제가 제기된 두 학교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교육청은 학업관리지침에 따른 지도점검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더 이상 현 정부가 구상하는 교육 개혁이 장밋빛 전망으로 그치지 않고, 재시험 논란이 일지 않도록 평가 혁신이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내신 완전절대평가 등 평가 혁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고교 재시험은 2017년 2539건에서 2018년 1880건으로 줄었지만 2019년에는 1학기만에 2021건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전남은 지난해 각각 150건과 70건에 이어 올 1학기에는 광주 122건, 전남 100건에 달했다. 한 학기 만에 지난해 연간 재시험 건수를 넘어섰다. 2017년에도 광주 223건, 전남 79건으로 300건을 넘어선 바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 결재를 받아 공지한 뒤 재시험을 실시했다.

상당수는 복수 정답이나 정답이 없는 경우, 참고서 문항 전재 등 출제오류가 원인이지만 사전 유출 의혹과 문제지 또는 답안지 분실, 엉뚱한 시험지 배포 등 관리 문제로 인한 재시험도 적잖았다.

재시험이 증가한 것은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큼에도 숙명여고 사태와 시험지 유출 등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은 증폭되면서 일선 학교에서 성적관리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두 정답’ 처리하는 기존 방식보다 부작용과 잡음을 없애기 위해 아예 재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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