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잔류로 가닥…실력과 강단으로 흐름 바꾼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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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5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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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 21명에게 주전, 비주전 관계없이 약 2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2019.7.1/뉴스1 © News1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 21명에게 주전, 비주전 관계없이 약 2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2019.7.1/뉴스1 © News1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던 지난 7월1일, 대한축구협회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대회 성과를 기념하는 격려금 전달식을 열었다. 이날도 역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는 ‘막내 형’ 이강인이 있었다.

대회에서의 활약상은 차고 넘칠 정도로 조명됐으나 또 다른 이슈가 그에게 초점을 맞추게 했는데, 바로 거취 문제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발렌시아 1부 소속이라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나 출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때문에 이적이나 임대가 낫다는 조언이 적잖았다.

당시 그에게 ‘사실상 발렌시아에서는 뛸 자리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직구가 날아들었다. 그러자 이강인은 “그건 모르는 거 아닌가요”라고 맞받아쳤다. 어린 나이(18)답지 않게 신중하게 발언하고 확실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잡음 자체를 최소화하는 이강인이지만 그땐 달랐다. 당시 이강인은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묘한 뉘앙스의 각오를 전한 바 있는데, 그 강단이 통하는 모양새다.

발렌시아가 4일(현지시간)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친선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케빈 가메이로가 멀티골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29분 교체로 투입돼 경기 종료 때까지 16분가량 필드를 누볐다. 출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프리시즌 5경기 연속 출전기록을 이어가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시즌 막바지만 해도 안팎에서 이강인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이 쏟아졌다. 뛰어난 재주인 것은 사실이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플랜A 속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고,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심지어 자신이 원치 않는 위치에서 뛰어야하는 처지라는 게 현지 평가였다.

이강인이 U-20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 겪인 골든볼을 차지하는 등 벤치만 달구기에는 아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둘러싼 반응들이 더 뜨거워졌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지역지 수페르 데포르테는 지난 6월30일 “마르셀리노 감독이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올 여름 이강인을 임대시키는 것”이라면서 “발렌시아 1군에는 이강인이 뛸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다른 팀에서 뛰면서 성장하는 것이 구단과 이강인 모두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원하는 팀은 많았다. 같은 스페인 리그의 레반테, 오사수나, 그라나다, 에스파뇰을 비롯해 네덜란드의 아약스, PSV아인트호벤 등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와중 조금씩 힘겨루기 양상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7월 중순을 지날 무렵 이강인이 구단에 “임대가 아닌 이적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단장과 회장 그리고 감독 등 수뇌부들이 피터 림 구단주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벌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스페인 매체들은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에선 이강인에 대한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구단 수뇌부들이 회동을 가질 무렵부터 시작된 발렌시아의 프리시즌 일정에 이강인이 꾸준히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강인은 7월21일 AS모나코전 45분을 시작으로 24일 시옹전(40분), 29일 스포르팅전(45분), 8월2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45분)과 이날 레버쿠젠전까지 꾸준히 나서고 있다.

안팎의 반응들을 살필 때 공기는 달라졌다. 서서히 발렌시아 잔류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전체적으로 구단이 이강인이라는 젊은 자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잠재력을 갖춘 젊은 선수를 내친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아까운 일이다.

단, 그래도 아직 감독의 큰 신뢰를 받는 그림은 아니고 당연히 치열한 주전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진짜 강단 있는 모습이 나와야할 때는 시즌 초반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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