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신들 여정 빼곡히… “일기가 역사보다 생생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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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일기’ 등 조선시대 개인일기 1500여 편 연구 성과 심포지엄

1621년 조선 중기의 문신 최응허가 해로사행의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조천일기’.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1621년 조선 중기의 문신 최응허가 해로사행의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조천일기’.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날로 부상하는 만주의 후금(청나라) 세력이었다. 랴오둥반도를 차지한 이들로 인해 명나라로 가기 위한 육로길이 막혀 버렸다. 이에 조선 조정에서는 1621년(광해군 13년) 사신들을 바닷길로 건네 보내는 ‘해로사행(海路使行)’을 개발한다.

이런 역사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광해군일기 등 왕실의 공식 사료가 아니라 당시 해로사행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최응허(1572∼1636)의 ‘조천일기(朝天日記)’다. 한양에서부터 베이징에 도착해 평안도 안주로 되돌아올 때까지의 9개월 여정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조천일기는 지난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했다.

이처럼 개인일기는 당시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 아니기에 정형화돼 있지 않고, 행서(行書)와 초서(草書) 등이 섞여 있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5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500여 편을 지역별로 모아 정리하는 학술사업을 펼쳤다. 2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학술 심포지엄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가치와 활용’이 열린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일기의 사료적 가치와 문화재 지정 기준, 일기를 편력(編曆), 표해록, 상소일기 등 11종의 세부 기준으로 새롭게 정리한 연구 등을 공개한다.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종류와 기록자 계층’의 논문을 공개하는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 학계에서 임꺽정의 활동을 다룬 조선시대의 일기를 발견하기도 했다”며 “일기의 사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제, 번역 등 기초 작업이 더 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립문화재연구소#조선시대 일기#조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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