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권 분쟁? 공정위 재계 총수 지정 15일로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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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8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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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내부적으로 정리 못해, 미제출 시 직권 지정”
LG 구광모, 두산은 박정원 회장 동일인 지정 유력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영결식을 마치고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19.4.16/뉴스1 © News1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영결식을 마치고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19.4.16/뉴스1 © News1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과 이를 대표하는 동일인(총수)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발표일을 한 차례 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총수가 별세한 한진그룹이 아직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공정위는 “한진이 이날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10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대기업집단 지정을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한진을 비롯해 총수가 별세한 LG, 두산 등의 동일인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초 대기업 집단 지정을 발표했지만, 이번 주로 이미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공정위는 “한진은 지난달 별세한 고 조양호 회장에 이어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기업 총수로서, 소속회사 범위 확정의 기준점이 된다. 통상 동일인은 기업집단 범위 전체를 가장 잘 포괄하는 인물로, 기업집단 측에서 제시한 인물의 직·간접 지분율, 경영활동 등에 있어 직·간접 지배력 행사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원태 회장(44)이 조양호 회장 별세 보름여 만인 지난달 24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지만, 지분율이 2.34%로 극히 낮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31%, 2.30%로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을 상속받아야 하는데, 65%에 달하는 상속세가 부담되고 있다.

이번에 한진이 공정위에 소명한 내용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아직 채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한진에 자료 제출을 독려하는 한편, 만약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그나마 지분율이 가장 높은 데다 회장에 취임한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LG의 경우 지난해 5월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구광모 회장(41)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두산은 3월 타계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박정원 회장(57)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원 회장은 2016년 3월 두산그룹 회장직에 올랐지만 공정위는 박 회장을 총수로 보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2대 박두병 회장에 이어 그의 장남인 고 박용곤 명예회장, 고 박용오(차남), 박용성(셋째), 박용현(넷째), 박용만(다섯째) 등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을 맡는 독특한 경영 방식을 이어왔다. 그 때문에 공정위는 최근까지도 박용곤 명예회장이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어른으로서 실제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 6.96%(보통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이번에는 총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와 코오롱은 최근 박삼구 회장과 이웅열 회장이 각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동일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지 않은데다 지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의 지분을 31.1% 보유한 최대 주주며, 아들 박세창 아사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은 21.0%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동일인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49)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5.33%)와 현대모비스(6.96%)의 개인 최대 주주로 있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아들 조현준 회장(51)이 총수로 인정받을지 관심을 끈다. 조석래 회장은 2017년 효성 대표이사에서 사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조현준 회장이 뒤를 이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의 지분 21.9%를 보유한 최대 주주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공정위는 건강상 총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51)으로,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64)으로 각각 변경했다.

보유 자산 총액으로 매겨지는 재계서열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로 이어지는 순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그룹 공정자산이 399.5조, 현대차는 222.7조, SK 189.5조, LG 123.1조, 롯데 116.2조원 등이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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