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빌딩 붕괴 위험, ‘크리프 파괴’가 핵심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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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7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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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분야 전문가’ 청주대 한천구 명예석좌교수 주장
“모두 핵심 놓치고 있어”… 보강공사·정밀진단 방법도 조언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이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이날 대종빌딩 2층 오피스텔의 중앙 기둥이 겉면 콘크리트가 부셔져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다. 2018.12.12/뉴스1 © News1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이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이날 대종빌딩 2층 오피스텔의 중앙 기둥이 겉면 콘크리트가 부셔져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다. 2018.12.12/뉴스1 © News1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의 붕괴 위험을 촉발한 핵심 원인은 ‘크리프(Creep) 파괴’인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한천구 명예석좌교수는 2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종빌딩 붕괴 위험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한 교수는 한국콘크리트학회 부회장, 한국건축시공학회 회장 등을 지낸 콘크리트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종빌딩 붕괴 위험 원인 분석과 대처 등에 아쉬움을 느꼈다며, 전문가로서 외면할 수 없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붕괴 위험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도면과 다른 기둥의 원형 시공, 피복두께, 철근 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모두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7년간 전혀 문제가 없다가 이번에 기둥 하나에서 압축파괴 현상을 일으킨 것인데, 이 같은 문제의 본질은 기둥 부분 콘크리트의 압축강도가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현격히 부족해 ‘크리프 파괴’를 일으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프는 물체가 일정한 변형력 아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형해 가는 현상을 뜻한다.

어떤 물체나 구조에 ‘크리프 한계’ 이하의 하중이 작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이상이면 어느 순간 물체의 변형이 증가하며 파괴되는 것이 ‘크리프 파괴’라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한 교수는 대종빌딩의 경우, 파괴된 기둥의 콘크리트 강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크리프 한계보다 낮게 시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령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설계기준 강도 이상으로 발휘됐다면 설계도와 다른 원형기둥이거나 피복두께가 과다하고, 나선철근 간격이 과다하더라도 기둥 압괴(눌려 찌부러짐)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이제까지 거론된 문제들보다는 ‘낮은 콘크리트 강도’가 붕괴 위험을 촉발한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건설재료 전문가·건설품질 시험 기술사 등 전문가 그룹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 교수는 건물 보강공사와 정밀진단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잭업(jack-up) 방법으로 압괴된 기둥을 들어 올린 뒤 강도가 낮아 파괴를 일으킨 콘크리트는 제거하고, 철근을 정비한 다음 거푸집을 설치한 후 상부 슬래브에서 포켓 타설로 설계기준 강도이상의 콘크리트를 부어넣은 다음 서포트를 제거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밀진단 역시 2~3개월 동안 건물을 비워두는 것은 건물 관리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슈미트 햄머 등을 이용한 ‘비파괴 시험’으로 전수조사하면 1주일 정도 기간에 긴급점검을 마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천구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명예석좌교수가 27일 충북도청에서 ‘서울 대종빌딩’ 붕괴 위험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8.12.27/뉴스1 © News1
한천구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명예석좌교수가 27일 충북도청에서 ‘서울 대종빌딩’ 붕괴 위험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8.12.27/뉴스1 © News1

한 교수는 향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건물 준공 이전 기둥 품질검사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황달에 걸려 눈이 노란 사람은 간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지, 안약을 눈에 넣도록 처방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일도 건축물 압축강도 부족에 따른 크리프 파괴현상이 핵심인 만큼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보수보강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광토건이 지난 1991년 준공한 대종빌딩은 서울시 안전점검 결과, 건물 2층 중앙기둥 일부가 부서지고 기둥 내 철근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해당 건물은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 위험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는 1·2층에 대한 응급보강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층에 대한 보강공사를 진행한 뒤 정밀진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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