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시인 최남선부터 최첨단 디지털 아트까지 한자리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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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山史 현대시 100년관’

백석대 산사현대시 100년관 내부 전경. 백석대 제공
백석대 산사현대시 100년관 내부 전경. 백석대 제공
충남 천안시 백석대 창조관 13층에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시 박물관인 ‘산사(山史) 현대시 100년관’이 있다. 2013년 11월 개관한 이곳은 국내 문학의 명소로 부상했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조용하고도 충실하게 실천되는 따스한 장소다.


국내 유일의 시 박물관


이 박물관은 현대시 평론가인 산사 김재홍 명예관장(전 경희대 국문과 교수)이 관련 자료 1만6000점을 백석대에 기증하면서 탄생했다.

전시관은 4개로 나뉘어 있다. ‘한국 현대시 100년사’라는 1관은 최초의 현대시로 분류되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 이후 100년 동안 시인들의 대표시와 이들의 초상을 활용했다. 한국의 시문학사를 입체적으로 정리한 것. 김춘수의 ‘꽃’과 이근배의 ‘살다가 보면’ 등 12개 작품이 내걸린 ‘시의 벽’ 앞에서 관객들은 시를 낭송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관(시와 그림)은 시와 그림에 얽힌 한 형제의 기막힌 조우 이야기가 있다. 위쪽의 그림은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한 남한의 화백 김한이 그린 고향 함경남도 명천의 한 포구가 있다. 바로 밑의 시 ‘포구의 겨울’은 북한의 공훈시인 김철이 같은 곳을 그린 작품이다.

3, 4관으로 가면 서정주, 고은, 나태주 등 익숙한 시인들의 육필시를 담은 병풍이 늘비하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서정주는 붓으로 직접 ‘국화 옆에서’를 정갈하게 써 내려갔는데 소쩍새를 전라도 방언인 ‘솟작새’로 바꿔 적어 향수를 달랬다.

박물관 측은 연간 3, 4차례 ‘시와 함께하는 힐링 타임’이라는 강연회를 갖는다. 또 12월 28일까지 ‘시와 함께 평화와 미래로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시회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시인의 육필 작품과 작품 속 시어와 이미지를 영상 매체로 구현하는 디지털 아트가 접목된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다. 작품에는 ‘분단의 아픔’,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 ‘화합에 대한 희망’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전시회에는 유안진, 신달자, 나태주 등 28명의 중진·원로 시인이 육필시로 참여했으며, 디지털 아트에는 채진숙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방문자들이 관람 후 작가들과 함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평화와 미래에 대한 염원의 메시지를 모을 수 있는 공간 ‘희망, 여기 있다’도 마련됐다.

문현미 산사 현대시 100년관장은 “시인의 영혼과 숨결이 깃든 육필 작품과 현대적인 디지털 아트가 접목된 이번 전시회는 세대 간의 소통, 인문학 감성과 감각을 일깨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doyoce@donga.com·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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