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마라토너 ‘킵초게’와 인간의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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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4·사진)가 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그는 42.195km를 2시간1분39초에 주파하며 2014년 이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34·케냐)가 세운 종전 기록(2시간2분57초)을 1분 18초나 앞당겼습니다. 사상 첫 2시간1분대 기록입니다.

신의 영역일지 모른다는 ‘2시간의 벽’이 불과 99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스포츠의학계에서는 인간이 과연 2시간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풀코스를 2시간 안에 뛰려면 100m당 평균 17초6의 속도로 달려야 합니다. 베를린 마라톤의 코스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출발하여 되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으며 지금은 통일 독일의 상징이 됐습니다. 1989년 11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베를린 장벽을 허물어뜨린 역사적 장소입니다.

이제 남과 북이 합심하여 끊어진 허리를 이을 차례입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이 험난했듯 우리의 여정도 매우 험난합니다. 한반도 통일은 북한의 핵을 폐기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이해와 맞물려 방정식이 더욱 복잡합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인생은 오랜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고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가야 하는 인고의 길입니다. 나라와의 관계 또한 마라톤과 같은 인내가 요구됩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을 전후해 한반도 정세는 장밋빛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에 핵 폐기를 위한 대화와 실행이 속도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1991년 9월 18일 미국 뉴욕에서 제46차 유엔 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남한과 북한은 각기 별개의 의석을 가진 회원국으로 유엔에 동시 가입했습니다. 분단 46년 만에 남과 북이 각기 독립된 국가의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당시 통일된 국가로 유엔에 가입하지 못한 한을 지금이라도 풀어야 합니다.

27년의 긴 세월이 흘러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각국 특사들이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이제 정상들이 다시 만나 한반도 운명을 가를 중요 의제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남과 북 사이의 평화 정착과 더불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신뢰의 다리를 놓고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평화를 잃고 평화를 갈구하는 것은 때늦은 일입니다. 평화보다 값진 것은 없다는 신념과 의지로 난관을 돌파하기를 바랍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고통을 인내하며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마라토너처럼 한반도 문제도 잘 풀려서 남과 북이 함께 월계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마라토너 킵초게#인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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