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정보공개? 10만원 안받고 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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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신청, 서울 강남-서초 저조


1세, 3세 두 아들을 둔 직장인 A 씨(36)는 아직까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체 가구 중 상위 소득 10%는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 맞벌이인 A 씨는 자신이 상위 10% 안에 드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단 기초지자체에 신청서를 내면 수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선뜻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아내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인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칫 아내의 소득이 모두 공개돼 세무조사의 타깃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부부 중 자영업자가 있는 집들은 신청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부자 동네’일수록 신청률 낮아

17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초자치단체별 아동수당 신청률’ 통계를 보면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0∼5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아직까지 6%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아동수당은 이달 첫 지급된다. 아동수당은 신청한 달부터 수당이 지급돼 이달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9월분을 받을 수 없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청률이 낮을수록 이른바 ‘부자 동네’라는 점이다. 전국에서 아동수당 신청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73.4%였다. 이어 서울 서초구(73.7%)가 두 번째로 낮았다. 이 두 지역에선 아동 4명 중 1명의 부모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신청률이 저조한 3, 4, 5위도 서울 용산구(80.6%) 송파구(82.2%) 종로구(82.5%)였다.

‘부자 동네’에서 유독 신청률이 낮은 건 자신의 소득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금융정보 등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신청자의 60여 개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아동수당 신청자에게 추가 증명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부모는 ‘정부가 내 재산을 뒤지게 하느니 차라리 10만 원을 포기하겠다’며 아예 신청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세금을 추징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순수하게 아동수당 수급 판정을 위한 것이지 다른 용도로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과도한 개인정보 열람은 논란

그럼에도 아동수당 신청 시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열람할 수 있는 신청자의 정보에는 △국세·지방세 과세 정보 △4대 보험·보훈급여 등에 관한 자료 △주택입주권·분양권 정보 △보통예금의 3개월 이내 평균 잔액 △정기예금의 총 납입액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 △부동산 등의 거래에 관한 자료 등 26개 정보는 기초연금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은 자료들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아동수당과 함께 대표적인 현금성 복지다.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나 인사청문회 때도 제공받을 수 없는 자료까지 정부가 무차별 열람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아동수당법을 만들면서 기초연금법보다 열람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더 구체화했다”고 해명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아동수당#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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