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문 100곳 ‘反트럼프 동맹’… 16일 공동 사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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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상대로 더러운 전쟁 끝내야”, 보스턴글로브 제안에 속속 참여
NYT-WP 등은 아직 결정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언론과의 전쟁’에 맞서기 위해 미국 신문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선다. CNN은 보스턴글로브를 필두로 한 100여 개 언론사가 단합해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언론’ 메시지에 대응하는 사설을 게재하기로 했다고 11일 전했다.

CNN은 보스턴글로브가 최근 미 전역의 신문사에 “(대통령의) 언론을 상대로 한 더러운 전쟁은 끝나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 신문사는 해당 성명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최소한 (언론을 겨냥한) 공격이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며 ‘연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각 신문사의 논설위원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과의 전쟁’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사설을 작성해 이달 16일 동시에 게재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10일까지 70개 언론사가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11일 그 수가 100개를 넘어섰다. 보스턴글로브의 오피니언면을 담당하는 마저리 프리처드 부편집장은 CNN에 “많은 언론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널리즘을 겨냥한 공격에 맞서는 데 적극적”이라며 “(동참하는 언론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도시를 대표하는 일간지 중엔 휴스턴크로니클과 마이애미헤럴드, 덴버포스트 등이 동참을 결정했지만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언론사들의 참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대 의사를 밝힌 언론사 중 상당수는 소규모 신문사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부르며 공격 수위를 높여왔다. 집권 후에도 공격의 강도는 더욱 세졌고, 최근엔 “언론은 시민의 적이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히 대선 승리를 위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짜 뉴스들의 마녀사냥’이라며 비난 수위를 더욱 끌어올려 왔다.

현지 언론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맹렬한 비판이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파괴하는 동시에 언론인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언론인들이 가해나 살해 위협을 받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지난주 자신이 익명의 독자로부터 받은 음성메시지의 일부를 공개하며 언론인들을 겨냥한 위협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메시지엔 “우리가 당신들을 쏘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들은 미국의 적이다. 멕시코인이나 흑인이 당신들의 머리를 겨냥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미국 신문#반트럼프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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