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수아비 소리 안 듣게 해달라”… 국민연금 운용위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0시 00분


코멘트
국민의 노후자금 630조 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금융전문가 없이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1999년부터 올해 5월까지 100차례 열린 회의록을 전수 조사했더니 “신문 헤드라인 본 것 이상은 잘 모른다”거나 “돈 굴리는 문제, 저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등 최소한의 금융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점을 시인하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또 “판단할 수 없으니 실무진에서 단수안으로 올려라”거나 “허수아비 소리 듣지 않게 여기서 논의 정도는 하게 해 달라”며 사실상 기금운용위가 고무도장처럼 운영된 사실도 확인됐다.

기금운용위는 기금 운용지침부터 자산배분, 연도별 운용계획 등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 측 당연직 인사를 포함한 6명과 관계전문가 2명, 사용자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각각 3명,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농어업인 단체와 자영업자가 추천하는 각각 2명, 시민단체 추천 몫 2명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산하에 기금운용본부라는 실무진과 자문기구를 두고 있지만 위원들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관계 전문가 위원들도 투자·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고, 시민단체 추천 몫 역시 친정부적 계열로 분류된다.

자산운용의 기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이 상당수인 기금운용위가 26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칫 정부의 의도대로 ‘재벌 길들이기’에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투자, 금융, 재무·자산운용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기금운용위에 참여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
#국민연금#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스튜어드십 코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